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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서해 백령도 본문
비, 바람, 안개,
그리고 시간이 주조한 백령도 명품들
@누구나 외마디 탄성으로 마주하는 백령도의 보물 두무진. 두무진 진경을 품은 백령도 여행을 꿈꾸다
백령도 찾아 가는 길
육지에서 뱃길 500리, 해무가 걷히는 맑은 날이면
10km 너머의 북한땅 장여군과 장산곶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서는
서해최북단의 백령도는 비경이 가득한 환상의 섬이자,
얼마전 온 나라 청춘들의 가슴을 울렁울렁 설레게 했던
TV드라마의 멋진 남자주인공이었던 현빈이 해병대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중이라
더욱 유명세를 치루는 '스타의 섬'이 됐다.
그래서일까?
막연하게 멀고 험난하리라 오해했던 뱃길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인천연안부두에서 출항하는 쾌속선은 해상의 기상 상태와 물때따라 운항시간과 횟수가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정상적으로 운항 될 경우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하루에 두번 운항 된다.
하기에 하루를 대청도에서 머물렀던 우리는
인천항에서 아침에 출발해 도착한 첫배 마린브릿지호를 선진포선착장에서 승선,
20여분을 달려 1시경 백령도선착장에 사뿐히 안착 했다.
그러나 백령도에 첫발을 내딛은 우리를 시험하려 했을까?
변화무쌍하다는 백령도의 날씨는 굵은 빗방울이 쏟아내고
어둑한 하늘빛만큼이나 잔뜩 무겁고 황망함을 안고 백령도면사무소로 택시를 달렸다.
@백령도와 육지를 잇는 접점, 용기포 선착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백령도 입구
초행길이고 이틀만에 백령도의 곳곳을 돌아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면사무소 근무자분께 숙소와 섬 탐방에 필요한 교통편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고
면사무소 관광계 담당자로부터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를 받았다.
@백령도 용기포선착장 곁에 있는 돌탑과 태극기 행렬이 백령도만의 풍경을 만든다
백령도는 전국 섬중 8번째 크기로 두무진을 비롯한 관광명소가 많고 마을마다 산재한 명소를 찾아 보려면
부득이 자동차로 이동을 해야 하기에 렌트카 대여나 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런데 다시 빗속을 뚫고 선착장까지 나가야 한다니 난감지경.
당황해 하는 우리 사정을 곁에서 듣고 있던 펜션 사장님이 "평일이라 괜찮다"며 본인이 사용하는 경차를 선뜻 내어주셨다.
뒤늦은 점심식사를 허둥대며 마치곤 부풀어 오르는 설레임을 다독여가며
그저 상상만으로 그려보던 백령도의 환상의 여정을 시작 했다
@날씨 탓에 검은빛이 된 모래사장이지만 사곶해변의 느낌은 더 멋지게 표현됐다
CF와 드라마속 주인공이 되어 볼까?
사곳해변 드라이브
뽀얗게 내려 앉은 해무가 바다와 하늘과 땅의 경계를 모두 지워버린 몽환적 풍경을 자아내는 사곶해변은 고즈녁했다.
이따금씩 넘실대는 짙푸른 바닷물결 곁으로 은빛 모래밭을 질주하는 근사한 자동차가 그려내는 풍경이나,
저무는 햇살아래 파도가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해변가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한 미소가 화면속을 채운 드라마나 CF속 장면이 부러웠다면
올 여름은 백령도 사곶해변에서 그 꿈을 이뤄 보자.
@해무가 만든 최고의 분위기, 지금도 사곶해변의 몽환적 풍경이 삼삼하다
세계에서 단 두곳만이 존재하는 사빈해변으로써 그중 한곳이 바로 백령도 사곶해변이다.
언뜻 보기엔 가는 모래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세한 규암가루가 두텁게 쌓여 이뤄졌으며
틈새도 세밀하기에 매우 단단해 자동차의 통행은 물론이고 한국전쟁때는 미군이 천연비행장으로 사용키도 했던
길이가 십리(4km)며 폭은 200m에 달하는 백령도가 간직한 명소다.
@해무가 걷힌 후의 사곶해변 풍경.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해서 사곶해변가의 모래밭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행렬과
모래밭에 그림처럼 그려진 바퀴자국들이 만든 신기하고 멋진 풍경에 탄성을 터뜨리게 되는데,
손수 자동차로 해변을 달리는 특별 체험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백령도에서 누리는 첫 즐거움과 독특한 추억 쌓기는 성공이다.
@정말 모래라곤 믿기지 않던 단단한 지반이 신기하기만 했던 사곶해변... 차를 달리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했던 의심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모래밭에는
이따금씩 날아드는 가마우지 무리가 인적 없는 모래밭을 제집 마당인양 느릇이 노닐뿐,
뽀얗게 내려 앉은 해무가 바다와 하늘과 땅의 경계를 모두 지워버려
몽환적 풍경을 자아내는 해변가는 고즈녁했다.
밀려나가는 바닷물 가까이 가려 차에서 내리는데
발에 닿는 모래 감촉이 마치 촘촘한 모래들을 찰지게 반죽해 미장질을 한듯
발자국조차 찍히지 않는 매끈하고 단단한, 생경한 느낌이다.
@거대한 바위가 바람과 바다와 시간을 통해 만든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신기한 모래밭을 거닐며 사진촬영에 열중하려 하건만
멀리서 해변가를 달려가는 자동차를 볼때마다 아쉬움과 부러움이 스물스물 달겨든다.
불과 잠시전 사곶해변 입구에 당도해서는 사곶해변 드라이브는
먹구름이 가득한 텁텁한 하늘빛과 팍팍하게 짜 맞춘 오늘 일정을 핑계로 이틑날 하자며 단디 약속을 했건만 ...
견물생심이라더니...
막상 눈 앞에 펼쳐진 신비하고 드넓은 사곶해변가를 질주 하는 차들의 강렬한 유혹 앞에선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더구나 우리의 뒤를 따라 들어 선 버스와 자동차가 거침없이 해변을 달려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니
매양 부러움과 망설임으로 머뭇거리기엔 우리들의 의지는 너무 박약했다.
슬핏, 구름사이로 햇살 한줄기가 내려서고 바라보는 서로의 얼굴에선 오묘한 미소가 흐르는가 싶은 찰나,
이미 우리의 자동차는 해변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곶해변의 해무를 배경으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멋진 풍경화를 그렸다.
@백령도 소금이 유명했다는데 이젠 단하나 남았다.
바다의 보석이 반짝반짝,
화동염전
백령도 해안가를 벗어나면 섬 대부분이 평지다.
그래서 부쩍 키자람을 한 벼들이 초록융단을 펼쳐 놓은듯 쨍한 햇살아래 알곡 여물기에 열중인 넓직한 평야지대와,
논밭 사이마다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이룬 마을을 보면 이곳이 섬이 아니라 육지의 어느 농촌마을이라 착각케 한다.
그래서인지 전날 머문 대청도와는 달리 섬전체는 안온함과 포근함이 감돌며 한결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마저 든다.
해서 대청도가 높은 산과 울창한 숲을 지닌 남성적 분위기이라면
백령도는 부드럽고 편안한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섬이라고 해야 할까?
@이름도 예쁜 화동염전에서 소금꽃이 피고 있다. 쨍한 햇살아래서 반짝반짝 빛을 틔워 올리는 소금꽃들에 눈이 부시다
여하튼 백령도의 최고 명품 산물인 까나리액젓의 유명세에 한몫을 담당하는 천일염 생산지,
백령도 천일염의 명성을 지켜내는 유일한,
단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소금밭 화동염전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한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은 백령도가 군사주둔지역이라 네비게이션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니 불평은 금물이다.
대신 지역 주민의 안내를 받지 않고, 낯선 초행길을 물어 볼 인적도 없는 길을 오로지 관광안내도만 의지하고 찾아 나섰다면
느릇하게 마음을 다잡고 찾아가야 하고 보고픈 곳을 보기 위함이니 고생은 당연지사.
@왼쪽은 지금도 소금을 캐는 화동염전, 오른쪽은 담수호 옆에 있는 폐염전
그럼에도 쉽사리 제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화동염전이기에 반가움은 두배이며,
막상 화동염전을 찾아 그 앞에 섰을땐 샐쭉 눈을 흘길 수도 있으리라.
왜냐하면, 화동염전 가는 길은 알고보면 너무 간단하고 쉽기 때문이다.
지도만으로도 금새 찾을 수 있는 콩돌해안을 가는 길목,
바로 백령대교를 건너자마자 백령종합운동장 입구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어 주변만 잘 살펴도 금새 찾을 수 있다.
헌데 그럼에도 화동염전 찾는 수고로움을 포기한채
짐짓 담수호옆의 폐염전을 두고 화동염전이라 잘못 알고 돌아서는 이들도 많으며,
이러한 잘못 된 정보를 여기저기 늘어 놓곤 화동염전이라 우겨쌈 해대는 것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러나 분명히 다시 말하거니와 담수호옆 폐염전은 절대 화동염전이 아니다!
백령도 화동염전은 여전히 고운 소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백령도의 유명한 까나리액젓의 맛을 좌우하는 품질좋은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으니
더는 엉뚱한 폐염전을 두고 화동염전이라 오해하지 마시라.
더구나 화동염전은 증발지에 타일을 바닥에 깔은 타일염으로
길을 잘못 들어 이전에 먼저 갔던 폐염전의 옹판염과는 다른 모습이니
찬찬히 소금밭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찰꺼리다.
이래저래 사연 많았던 화동염전 바로 곁에 차를 세우고 어렵사리 찾아낸 소금밭이 궁금해 덤방 들어서자
하얀 눈처럼 내려 앉은 보석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을 틔워 올린다.
한동안 화려한 소금 결정체들이 만들어내는 반짝거리는 빛의 군무에 홀려 소금밭 고랑에 붙박이가 됐다.
서해 낙도, 멀고 먼 백령도 소금밭에는 쨍쨍한 햇살에 하얀 보석으로 영글고 고운 빛을 내는 보석,
소금은 까나리와 함께 잘 버무려져 백령도의 맛으로 우리들 밥상에 오르리라.
@두무진의 진경이 백령도의 백미라면 콩돌해안은 백령도의 보석이다
차르르 차르르,
콩돌이 들려주는 여름찬가
해당화가 흐드러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남포리에 백령도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해변이 있다.
1만5천년이란 가늠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바닷물이 갈고 다듬고 닦아 낸
콩알 모양의 매끈매끈 반들반들한 콩돌들이 바닷물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합창을 들려주는,
이름도 앙증맞은 콩돌해변이다.
콩돌해변은 바닥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유난히 맑은 바닷물과
해변을 가득 채운 동글동글한 자갈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데,
그 기특하고 야무진 모양새에 더해 아름다운 소리까지 들려준다.
더욱이 콩돌 찜질은 피부병에 효험이 있어 피부병 치료를 위해 콩돌찜질을 하러 백령도를 찾는 이들도 있고,
이러한 콩돌의 효능을 알고 있는 이들이 외부로 대량 밀반출을 하는 사태가 발생,
콩돌 해변이 훼손 될 위기에 처하자 1997년 천연기념물 392호 지정, 콩돌의 외부 반출을 금했다.
@고운 색을 지닌 콩돌들이 만든 해변은 물도 돌도 모두모두 더 없이 곱고 청정하다
색색의 빛깔 고운, 맨질맨질 감촉이 너무 좋은 콩돌로 이뤄진 1km의 길이의 아담한 해변으로
해수욕을 즐길 수 도 있으며 해변가를 산책하며 발에 닿는 콩돌의 기분좋은 느낌을 만끽하거나,
콩돌찜질로 피부 건강을 챙겨 보는 것은 백령도를 찾아 온 손님에 대한 콩돌해안의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며 잠잠히 바다를 바라며 바닷물과 콩돌이 함께 내는 청량한 소리를 감상해 보시라.
일상의 시름은 지워지고 한결 맑고 개운해진 가슴엔 콩돌을 닮은 곱고 아름다운 백령도의 추억이 소복소복 쌓인다.
물결과 콩돌이 어우러져 내는 합창 선물에 호강을 누린 귀에선
한동안 차르르 차르르 콩돌소리가 아롱대고 입안에서 돌돌 콩돌이 굴러댄다.
@최북단의 섬, 서쪽 끝 섬인 백령도를 알리는 담수호 앞의 기념비
섬안의 바다가 되고픈 담수호와
폐염전의 갈대꽃
백령도는 서해바다의 끝자락에 동동 바다에 떠 있는 낙도로
멀고 먼 육지로 부터 물자 공급이 어려워 어지간한 물자는 자급자족을 한다.
이러한 이면에는 면적이 우리나라 섬중 14번째로 크고 너른 평야지대를 지니고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되기에,
백령도 주민의 자급자족을 위한 농토 확충과 농사에 필요한 담수 확보를 위해
남포리와 진촌리 사이에 배수로와 방조제를 쌓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시행,
간척사업 이후 섬의 면적 크기가 8번째로 상승 했으며 섬주민중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70%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이때 조성 된 담수호는 바다처럼 넓은 백령도에만 존재하는 거대한 인공 민물 호수가 되었으며,
1km 남짓한 방조제와 진입로 또한 백령도만의 볼거리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사방이 바다인 곳에 이런 담수호가 있슴도 백령도만의 자랑거리 아닐까.
한여름 투명한 햇살이 내리는 호수 수면은 잔잔하고 평온하다.
그라고 호수를 둘러친 아득히 보이는 길고 긴 방조제 뚝방길은
무리지어 핀 해당화 꽃들을 호위하듯 때이르게 하얀 솜털 꽃을 피워 올린 갈대가 살픗 불어오는 바람결에 하늘거린다.
방조제에 올라 솔방솔방 갈대사이를 누비며 호수 전경을 감상하는데
백령도 어느 샘에서 흘러드는 물인가.
닫힌 배수로 수문을 비집고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밀려든 물줄기가 호수로 스며든다.
그저 다음 행선지로의 이동중 스치는 길이니
잠시 담수호 구경만 하겠노라던 애초의 약속은 이미 깊은 호수에 풀어버린지 오래,
일행은 너나없이 한껏 여유만만하게 한적하고 고요한 호수 주변 산책 삼매경에 빠졌다.
어디선가 슬핏, 향긋한 들꽃향이 날아들어 코끝을 간지럽힌다.
담수호 뚝방과 나란히 있는 염전으로 내려섰다.
애초엔 이곳이 화동염전이라 착각을 했기에 갈대꽃만 무성한 소금밭 모습에 잠시 아연 했는데
나중에 화동염전을 찾고 나선 폐염전이 지닌 풍경을 제대로 감상 했음이 다행이라 환호했다.
더구나 이 폐염전은 다른 염전과 다른 특별한 유산을 지니고 있슴을 알게 되곤 횡재를 한듯 쾌재를 불렀는데
비록 지금은 폐허가 되어 하얗게 반짝반짝 빛을 내야 할 염밭을 성성한 갈대들과 붉은 함초에게 내어 주었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소금밭이였음을 증명하는 증발지가 옛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곳 폐염전의 증발지는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옹판으로 되어 있다.
옹판이란 옹기조각을 잘게 부숴 소금밭 밑에 깔아 놓는 것인데
잔잔하고 곰살맞은 옹기조각의 배열 사이로 아직도 하얀 소금꽃이 피어 있어 염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아마도 담수호가 생기면서 발생한 문제로 폐염전으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혼자의 생각에 골몰하는데 허물어져가는 소금창고가 눈에 가시처럼 걸린다.
제 역활을 다하지 못하고 사라져야 하는 소금창고의 아릿한 운명을 위로하듯
하얀 소금꽃 대신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초록잎새가 한가득 덮여있다.
효녀심청의 넋을 닮은 해당화 핀
심청각
장산곶이 12km, 북한땅 황해도가 지근거리인 백령도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육안으로도 장산곶 조망이 가능하다.
해서 광복 이전엔 황해도 장연군에 속해 있다가 옹진군으로 편입 된 곳인만큼
바닷길도 북한땅과 가까운 최북단의 섬이지만
이러한 지리적 여건 탓에 짐짓 긴장감과 긴박함만이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야말로 크나큰 오해다.
백령도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애틋한 전설과 신비한 설화가 곳곳에 스며있는 전설이 가득한 섬이자
아름다운 풍광이 잘 보존 된 천혜의 관광지기도 하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
오랫동안 이어지고 회자되는 이야기, 바로 심청전의 무대로
효녀심청의 혼이 깃든 인당수와 심청이를 기리고자 세운 심청각을 빼 놓고 백령도 여행을 말할 수는 없다.
@백령도 어딜가도 해사한 꽃빛을 품은 해당화가 지천이다. 해당화 향기가 심청각을 오르는 내내 뒤를 따랐다
@심청각에 있는 두 심청상. 인당수로 뛰어 들기 전의 처연한 모습과 연꽃을 타고 부활한 소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이른 아침, 짙게 내려앉은 안개를 뚫고 고불고불 한참동안 능선을 올라 멈춘 곳,
길목에는 이슬을 머금은 화사한 해당화가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심청각은 백령도의 높은 마루에 자리하고 있어 바다를 조망하는데도 최적이다.
초록빛 고운 잔디위에 우뚝 서 있는 심청각은 고운 단청을 입혀
백령도에서 가장 화사한 모습으로 인당수를 굽어 보는데
그 곁에 치맛자락을 움켜진 심청의 처연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동상이 마주하고 있기에
무심코 동상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는데 울컥.. 가슴 한켠이 아릿해진다.
효 사상을 떠나 심청이가 살았던 옛날이나 최첨단의 시대인 요즘이나 변함 없는 것은
세상의 지배 이데올로기 앞에서 죽음으로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하는
나약한 민초들의 고단하고 처량한 삶의 단면을 보는 듯해 동상앞에서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치맛자락을 움겨 쥔채 검푸른 바다에서 넘실거리는 거센 인당수의 파도를 바라보던
열여섯 그녀가 지녔을 만감은 지금의 이땅, 또 다른 심청들에게는 없는 것일까...
그녀가 뛰어 들었던 인당수의 유유한 물결이 심청의 넋을 위로 하는듯 너울댄다.
@심청각 내부 전시실에 있는 하얀 연꽃속 심청 모형.
@심청각 내부 전시실에는 종류도 다양한 심청전이 전시되고 있고,
심청각 우측에 있는 진지에는 포문을 북한땅으로 겨누는 대포가 있다. 하나의 인당수를 바라보는 시각차이
1층과 2층 전시실로 구성 된 심청각 내부로 들어서자 고대소설로 집필 되었던 심청전부터
연극과 영화, 심지어는 오페라로 시대마다 새롭게 해석하고 쓰여진 책들까지,
온갖 심청전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을 관람하며 시대상황에 따라 각색되고 용도에 맞춰 개작 해 온
수 많은, 다양한 심청전이 있슴이 경이로웠고,
이렇게 오래도록 회자되고 전해진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왜 우리는 여전히 심청전을 탐독 하며,
이 먼 섬 끝자락에 심청각을 세워야 했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심청을 요구 하는지
심청각을 둘러 보는 내내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묵끈해진 가슴을 다독였다.
심청각을 나오는데 소슬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 흘러내리던 등줄기 땀을 식히는가 싶은데
저만치 툭! 해당화 한송이 통째로 바닥에 떨어졌다.
심청이의 넋이 해당화가 되었을까?
@아흔살이 되었다는 무궁화나무는 경외로움이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90살 무궁화 꽃이 피는 중화동교회
증화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궁화 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갔다.
이정표 조차 없는 찾아 가기가 수월치 않은 곳에 자리 한 중화동교회 입구였다.
교회당을 찾게 된 이유가 신앙의 목적이 아니라 무궁화나무를 보기 위한 방문이기에 교회당 들어서기가 못내 부담스러웠다.
하마 어찌하랴.
이왕 찾아든 교회니 절대자에 대한 예의를 갖춤은 기본이고,
교회가 지닌 역사를 알아 보는 것 또한 여행하는 사람의 본분이 아닐런지.
해서 무궁화나무를 지나쳐 교회당부터 들어섰다.
중화동교회는 자리한 한국교회의 복음역사를 지녔다는 역사적 중요성이나 의미에 비해
지나칠 정도라고 생각 할 만큼 소박하고 아담했다.
그러기에 더욱 중화동교회의 가치가 돋보이는지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얕으막한 언덕에 오두마니 자리한 교회당은 종탑부터 아담한 회당까지
참으로 겸손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 중화동교회는 갑오경장때 백령도로 유배 온 김성진의 한문 성경책으로
백령도 주민 허득을 전도하면서 시작 해 1896년 창립예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선교에 나섰고,
1900년 언더우드 목사내외가 백령도를 방문해 직접 교인들에게 세례식을 거행 했던 곳으로
백령도의 선교 역사가 교회당 마당부터 백령기독교기념관 내부 전시실까지 잘 정리 되어 있는, 교회 전체가 박물관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절해고도 작은 교회당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설립 된 유서 깊은 교회란 사실이다.
한가로움이 깃든 교회 마당엔 오래전에 사용했던 종과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비석,
그리고 백령도에 복음을 전파한 교회 개척자 허득을 기리는 기념비가 1968년에 개축한 현 교회당 건물과 함께 있어
선교역사와 한국교회역사를 알고자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 오는 순례자들의 방문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적 울타리를 벗어난 일반인들이 중화동교회를 찾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가 종탑 앞에 서 있는 무궁화나무 한그루 때문이다.
수령 약90살이라는 무궁화나무는 언뜻 보아선 무궁화나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키가 크고 둥치도 큼직하다.
그래서 인천광역시에서 보호수로 지정해 보호 관리하고 있으며
무궁화가 개화 될 즈음 백령도 중화교회를 방문한다면 화사하고 정갈한 무궁화꽃 그늘을 즐길 수 있으리라.
곧 만개 할 무궁화꽃을 그려보며 초록이 성성한 중화동교회 계단을 타박타박 내려섰다.
@백령도의 진풍경이 되는 까나리젓 발효통. 섬을 돌아 보면서 가장 많이 만났던 익숙한 풍경
곰삭는 까나리젓이 가을을 기다린다
백령도 풍경중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이 도처에 널려있는 젓갈 발효통이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모른채 온통 널려 있는 젓갈통과 그 위에 올려진 돌들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쳤는데
나중에 물어 보니 까나리젓을 숙성중이라 했다.
까나리젓은 백령도의 미역과 전복등 다른 해산물과 함께 특산품으로 이미 유명세가 자자한데
김치를 담글때 넣어주면 신선도를 높이고 숙성을 도와준다고 한다.
백령도를 비롯 서해에서는 5월부터 7월에 가장 많이 잡히는 까나리를 젓갈로 발효 시키거나 건조해 이용하는데
까나리 말린 것을 언뜻 보아하니 멸치와 비슷했다.
까나리젓은 이 여름을 진득히 이겨내며 잘 곰삭아 올 가을,
가가호호 맛난 김장에 한몫을 단단히 하기 위해
돌덩이를 이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잠잠히 제속을 삭히며 발효시켜 가고 있다.
@한창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보리밭이 고향의 향수를 부른다
맺음말,
재회의 약속줄을 걸어 놓고
올해 현빈이라는 스타 연예인이 백령도 해병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의 유명세에 맞춰 '현빈의 섬'이라 불리기도 하는 백령도는
그로 인해 많은이들의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백령도의 아름다움이 어찌 한사람의 스타로만 알려질 수 있을까.
이미 조선시대 백령도에 유배를 왔던 옛 성현이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칭송 했던 백령도 두무진부터
풍문 그대로 참으로 갈 곳, 볼 것이 많았던 천혜의 절경을 지닌 곳으로써
육지와 연결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쾌속선이 드나드는 용기포항부터 두루 구석구석을 섭렵 하려면
1박2일로는 턱 없이 시간이 부족한, 아쉬움을 안고 돌아 와야 하는 여행지임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연화리해변 풍경은 여타 백령도의 해변과 달리 독특한다
@모래와 자갈이 혼재되어 있고 들어서는 입구도 군시설이라 다른 해변과 느낌이 다르다.
하기에 이렇게 나열조차 하지 못한 충혼탑을 비롯해 사자바위와 물범바위등,
아직 꺼내지도 못한 나머지 볼거리와 관광명소와
백령도만의 특별한 맛을 체험해 볼 먹거리와 제법 깔끔하고 편리함을 갖춘 숙박시설등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백령도의 백미, 두무진 여행기에서 자세히 덧붙이고 보태어 알리고자 한다.
눈부신 황금빛을 날리는 보리밭 사이로 가르마처럼 난 두렁을 걸으며
알알이 영글어진 백령도에서의 추억을 주섬주섬 챙겨 꼭 여몄다.
(*)인천관광공사에서 컨텐츠 제작에 필요한 지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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