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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힐링(Healing)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9. 27. 16:13

ㆍ찌든 현대사회 최대의 화두… "과대포장 힐링상품 범람" 우려 목소리도


올해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최대의 화두는 힐링(Healing)이다. 치유를 뜻하는 이 한마디는 방송 프로그램뿐 아니라 대선후보의 정치행보에까지 그 이름표를 붙였다. 올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힐링을 내세웠고, 심지어 먹거리까지 힐링을 광고하며 팔리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갑자기 힐링에 쏠린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위기에 대한 위기감과 고용불안에 대한 걱정, 사회적 소통 부재는 자살률 증대와 함께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묻지마 범죄의 위협은 방치된 지뢰처럼 세상을 공격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관계는 파괴돼 고시원을 전전하는 1인가구가 급증했다. 일찌감치 직장에서 밀려난 명예퇴직자들은 생존을 위해 이 일 저 일을 찾아나서지만 내일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병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것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의 모습이다.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은 병원을 기피하고 마음의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그런 참에 힐링 코드가 등장했다. 소소한 것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다는 속삭임은 누구나 귀가 솔깃해지는 마법이다.

현재 힐링을 가장 많이 내세우고 그 혜택 또한 가장 많이 보고 있는 분야는 문화계, 그 중에서도 출판계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힐링 또는 치유라는 주제어를 검색하면 약 1000여종의 책이 나타난다. 아동도서부터 건강 관련 서적까지 분야 또한 광범위하다.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의 주제가 힐링이라고 못박았다. 거기에 잘 팔리는 힐링 관계 책의 저자들이 주로 스님인 점에 주목하여 스님 더하기 힐링이 서점가를 사로잡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출판계 강타 초베스트셀러 기록


올해 100만부 이상의 초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서점가를 점령한 혜민스님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은 이 같은 추세를 이끈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그 전에도 법정스님법륜스님 등의 책들이 출판가의 이슈를 만들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내용이라 주목받는다고 생각한다. 불안한 사회 속에서 위로받고 싶은 바람이 이 책의 폭발적인 판매로 이어졌다고 본다." 혜민스님의 책을 기획한 쌤앤파커스 황은희 편집팀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힐링 코드는 국내보다 미국 출판계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추세라고 한다. 다만 우리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세분화해 있어 에세이류보다 실질적인 지침서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힐링으로 검색 가능한 책은 약 4만종 이상, 대략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그야말로 힐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대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최근의 힐링 유행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 첫째는 다양한 책들이 나와야 함에도 지나치게 한 가지 주제에 편중된다는 지적이다. 과거 출판계는 국내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린 < 시크릿 > 의 성공으로 한 해 동안 출간된 인문계열 서적의 3분의 1 이상이 자기계발 서적류로 도배된 적이 있고,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된다. 혜민스님의 책이 성공한 이후 지금 그런 조짐이 엿보이며 다양성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출판계에나 독자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중의 바람과 선택이 있는 한 당분간 힐링 주제의 책들이 꾸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둘째는 힐링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힐링 관련 책들은 자기계발서의 연장으로 주관적인 경험과 주장에 불과하며, 어떤 객관적인 내용과 입증할 만한 이론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종교인들의 책은 지나치게 감성에 의존하고 있어 그 후유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 내면의 문제를 과도하게 신비화하고 비과학적 처방에 의존하게 한다는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힐링이란 상업적 목적에 의해 탄생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힐링을 포함한 미국의 긍정 마케팅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작가 바버라 에렌라이크는 그녀의 책 < 긍정의 배신 > 에서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이 같은 시선은 자칫 사회적 강요로 작용할 수 있으며,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외면하고 비과학적이고 신비적인 힘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과 합의보다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여 결국 갈등을 더 깊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 배후에는 베스트셀러를 노리거나 기업 교육시장 등을 기대하는 상업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신비화·비과학적 처방 경계해야


국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힐링 상품으로 내놓는 대부분의 것들은 과대포장에 불과하거나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 명상학과 정준형 교수는 힐링 상품의 범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힐링 상품의 대부분은 자연과학으로 증명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안정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하나 그 효능은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면에 그치고 만다. 힐링 요법의 궁극에는 명상이 있다. 이는 결국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직면하는 힘을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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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금산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 행사 | 경향신문

최근의 힐링이 주목하는 부분은 관계효과, 즉 인간은 서로간의 유대를 통해 위로받고 심신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가상의 공간을 통해서나마 집단적인 교류를 원한다는 것이다. 무명에 불과하던 혜민스님이 유명인사가 된 것도 트위터를 통해서이며, 혜민스님을 흉내낸 가공의 인물 효봉스님이 그 이상의 인기를 얻은 것도 익명의 세상에서나마 서로의 유대를 원하는 바람이라 볼 수 있다. 어찌됐든 힐링에 대한 높은 관심은 병든 사회가 내는 비명으로 들린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치유를 원한다면 문제의 회피와 일시적 충족감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라고 권한다. 치유가 필요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진단하고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히 병원을 찾아가고, 가식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힐링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할 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천 <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ㆍ명상·기도로 마음의 평화 얻고, 필라테스·요가 통해 육체적 건강 회복해야

세상이 주목하는 단어 힐링(Healing·치유)의 의미는 사실 애매모호하다. 우리보다 먼저 힐링이 정착된 서구에서는 질병 치유의 대체요법 또는 영적·심리적 치료요법 등을 지칭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의미가 정의된 바 없으나 대개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 등으로 손상된 감정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조금 더 장황하게 설명하면 인간관계의 고립과 단절감에서 비롯된 정서적 불균형을 치유하고, 소통과 교류를 통해 자기 존중감을 높여 심신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라 한다. 한마디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온전한 심신상태로 회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에둘러 말하는 용어가 힐링이다.

집안분위기 변화도 생활 속 힐링요법


힐링이 뜨면서 유관분야에서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겠다고 나섰다. 종교단체부터 자연요법에 이르기까지 급기야 갖가지 힐링 상품이 범람한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천 가지의 상품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솔직한 효과는 미지수다. 확신할 수도,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고가의 여행상품부터 주택에 이르기까지 힐링 상품의 폭은 넓고 다양하지만, 심신의 조화를 회복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선 명상이나 기도 등을 통해 내면에 눈 뜨고, 필라테스나 요가를 통해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여 자신감을 얻는 것부터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시작할 수 있는 힐링 요법으로 크게 환경전환요법, 사회적 관계요법, 운동요법, 종교요법 등을 들고 있다. 환경전환은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초, 향유 등을 이용하여 집안을 은은한 향기로 적셔 정신적 이완을 꾀하는 아로마 요법도 좋은 방법이다. 각종 향은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 변화를 줄 수 있으므로 우선 시작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조명 또는 벽지 등을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도 정신적 손상에서 벗어나는 또다른 방법이다.

분위기 가꾸기에서 유념할 것은 평소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도하는 것이 좋으며, 변화와 만족을 힐링 코드로 삼을 것을 권한다. 집안 분위기의 변화를 통해 가족간의 대화를 회복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찾거나 원예 등 공동의 일거리를 찾아가는 것도 환경 전환을 통한 생활 속의 힐링 요법이다.

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관계요법은 힐링의 사회적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최근 봉사를 통한 사회활동은 힐링의 바람직한 요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웃을 돌보는 일이나 사회활동에의 참여는 자신의 다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활동이나 사회교육기관을 통한 재교육도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상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 외에 요가와 필라테스를 통한 운동요법은 힐링의 주요 주제 중 하나다. 신체의 안정과 균형을 통해 육체적 건강을 되찾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거의 모든 운동이 다 해당되나 특히 요가와 필라테스에 주목하는 것은 고도의 정신 집중과 호흡법을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의 안정은 마음의 평온을 찾는 지름길로 꼽힌다. 운동을 통해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더러 균형 잡힌 육체와 정신적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힐링 요법으로 선택된다.

자신의 문제 자각, 삶의 가치 재인식을


좀 더 적극적이고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여행요법을 들 수 있다. 최근 여행사들은 힐링을 주제로 한 상품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행전문가들은 거창한 테마여행보다 자신만의 주제를 정한 여행이 마음의 치유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 걷기는 그 자체로 자신을 내려놓고 치유를 향해 다가서는 방식이다. 멀리 여행할 여유가 없다면 평소 관심 있던 장소나 고궁, 또는 재래시장을 찾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권한다. 도심의 서점 순례는 독서를 통한 마음의 치유와 여유 있는 산책 두 가지를 만족하는 쉬운 방법이다.

과거 정신적 치유는 종교적 역할로 치부되었다. 힐링이 부각되면서 각 종교단체는 현대인을 위한 치유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기독교 단체의 영성수련과 가톨릭 피정은 영혼의 휴식과 치유가 목적이다. 단기간 사찰에서 생활하는 템플스테이는 마음의 문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와 진지하게 대면할 기회를 준다. 템플스테이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타 종교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최근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단체 단위 템플스테이 과정도 있으며 사찰별로 차별화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비교적 쉽게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 힐링에 집중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예술요법을 권한다. 현재 사회교육기관 등에서는 색채요법·만다라그리기 등의 미술치유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다. 정기교육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미술치유기법을 배울 수도 있다. 미술치유는 성인뿐 아니라 아동 심리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쓰이므로 배워두면 여러 면에서 유용하다.

이 밖에도 반려동물과의 교감, 각종 취미 활용 등이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힐링 요법으로 꼽힌다. 힐링이란 결국 현재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자각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정립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 삶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결과 지치고 뒤틀린 몸과 마음의 조화를 되찾기를 바라는 것이다. 심리치료와 힐링 전문가들은 그 어떤 방식보다 중요한 힐링은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명상이나 자신을 관조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수백만원짜리 히말라야 힐링 트래킹보다 더 값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힐링 상품에 현혹되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치유법에 쉽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천 <자유기고가>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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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자리잡은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근래 스님들의 책 여러 권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스님들의 책들이 이렇게 한 번에 여러 권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대개 우리는 여러 개가 한 번에 겹치거나 함께 일어나면 어떤 징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다. 스님들의 여러 책이 한 번에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이유에 관한 탐구(?)가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갑자기 불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라도 일어났다는 말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대체로 힐링, 치유코드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힐링 하면 왜인지 모르게 산사나 숲에 찾아가야 되는 듯싶다. 도시를 떠나 좋은 경치와 맑은 숲 그리고 여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떻게 보면 웰빙과 구분이 안 된다. 웰빙도 좋은 경치를 찾아다니고 맑은 숲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힐링 코드는 기존의 웰빙과 어떤 점이 다른 지 살펴야 한다. 웰빙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컨대 웰빙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집에 살아도 좀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점을 우선한다. 음식의 맛 자체보다는 성분이나 생육 환경을 따져 좀 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선호한다.

옷도 단지 비싸거나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라 인체 피부에 좋은 점을 더 우선한다. 웰빙은 결국 잘 사는 법을 말한다지만 웰빙 생활은 또 하나의 문제를 낳는다. 웰빙은 한편으로 집착을 낳는다. 꼼꼼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신경 써야 한다. 웰빙은 이제 다른 사람들과 비교 대상이 되었다. 어느새 웰빙은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웰빙 상품이나 공간은 일반 제품보다 비싸고 그런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무식하거나 교양이 없는 것으로 인식될까 불안하고 염려되었다. 무엇보다 웰빙을 추구하려 하지만 오히려 상처와 피곤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더 좋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 때문이다. 그런 집착과 소유욕은 사람을 시기와 질투로 갈라놓고 불행하게 한다.

예컨대, 단지 공기 좋은 곳을 찾는 것이 건강을 위한 웰빙이라면 힐링은 공기 좋은 곳을 찾는 그 행위자체가 촘촘한 일과 일정으로 꽉 찬 공간을 떠나 훨훨 벗어나는 것이다. 가득 소유하고 있던 것들을 잠시 비어내고 숨 가쁜 일정과 바쁜 일들을 마음에서 털어내며 비움으로 그 자리를 가득 채운다.

단지 좋은 경치를 찾아서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건강하겠지" 라고 하면 '얻음'(소유)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웰빙인 것이다. 만약 웰빙을 얻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 행위 자체를 후회, 집착하게 된다. 무엇인가 계속 얻으려는 웰빙에서 벗어난 힐링의 관점에서는 소유가 치유로 바뀌고 있다.

스님들의 책이 각광받는 맥락이 여기에 있었다. 불가에서는 소유가 집착을 낳고 집착은 번뇌를 낳으면 이는 마음의 병이 된다고 한다. 선불교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을 강조한다. 이는 공(空)사상에 따라 집착을 끊고 내려놓는 것이다. 자신과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비워지고 그 안에 비움으로 채우게 된다. 비움은 평안과 포용을 낳는다.

이렇게 비움에 관한 생각은 비단 선불교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잔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는 것을 보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반밖에 안 남았군!" 이 말을 듣고 에피쿠로스가 말했다. "반이나 남았군."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노자가 말했다. "반밖에도 아니고 반이나도 아니다. 빌수록 점점 쓰임이 늘어난다."

꽉 차 있다는 것은 이미 쓸 여지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빈틈이 있을수록 이는 쓰임이 있다. 비워낼수록 쓸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노자의 '허(虛)'사상이다. 자신이 많은 것을 갖지 않을수록 다른 것을 그 안에 채울 수 있다.

자기 것에 대한 생각을 비워내면 그 안에 다른 이들도 채울 수 있다. 자기만 꽉 차면 다른 이들을 포용할 여지가 없다. 다른 이들을 움직이지 못한다. 만약 태풍의 눈이 꽉차있다면 태풍은 거대한 움직임을 가질 수 없다. 거대할수록 속은 비어있고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비워둔다.

동양에만 이런 비움의 철학이 있다 하면 서양인들이 섭섭하게 생각한다. 케노시스는 그리스어로 비움이라는 뜻이다. 예수가 자신을 아무런 지위와 명성이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자기 자신을 사회에서 비워내는 것이다. 자신을 지위와 명성으로 가득 채울수록 쓰임이 없는 셈이 되며 다른 이들을 끌어안을 수도 없다. 이렇게 자기만을 앞세우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할 때 그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상처가 생긴다.

프로이트는 < 문명과 불만 > 에서 인간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문명 자체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조율조정 해결하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문명이전의 자연의 세계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이는 비단 행복이 숲이나 바다, 산사로 들어간다고 해서 성취되지 않음을 뜻한다. 행복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다.

노자의 < 도덕경 > 에 이르길 서른 살의 바퀴살이 모이는 바퀴통은 비어 있기에 서른 개의 바퀴살을 잘 돌아가게 만든다고 했다. 만약 그 바퀴통이 꽉 차 있으면 마찰에 따라 서로 시끄러운 소리만 낼뿐 돌아가지도 않는다. 물론 수레도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비워냄은 혼자 스스로만 행복해지려는 것이 아니라 남과 내가 같이 잘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자율적인 역량의 회복이다.

그런데 이제 힐링과 치유도 어떤 지역이나 공간을 찾고, 힐링 프로그램을 꼭 이수해야 되는 것 같다. 치유를 위해서는 멘토가 있어야 할 것도 같다. 또 누군가를 찾아가 말씀을 들어야 힐링이 되는 듯싶다. 또한 누군가와 말하고 어울려야 만이 힐링이 되는 것으로만 여겨진다.

티모시 윌슨은 < 스토리 > 에서 많은 실험과 연구결과 서로 자신들의 상처를 말하는 것은 힐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상처와 그에 따른 느낌을 다른 이들에게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감정에 충실할 뿐, 비움이 아니라 증폭이었다. 가장 힐링이 잘 되는 것 중에 하나는 글쓰기였다. 왜일까?

객관적인 정리와 대안의 모색, 즉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과 행동,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 그것 속에서 비어냄을 찾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자신의 빈 공간에 다른 이들을 조화롭게 채워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