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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무더운 여름, 사찰여행으로 본문
무더위를 피해 대부분이 사람들은 강과 바다로 피서를 떠납니다.
강렬한 태양과 푸른 바다가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젊음의 열기와 거대한 바다는
삶에 활력소로 다가오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이 많이 부쩍이는 곳보다는
조용이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여행이 나에게 더 큰 위안을 주는 것 같아
언젠가 부턴가 나는 오래된 사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듯한 사찰이지만 끊임없이 정진하시는 스님들과 그 안에서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어느 하나 허술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그래서 일까?
대웅전에 들어서는 순간 그 동안 나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던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일심의 마음으로 불경을 읽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경상북도 청도로 가장 가고 싶었던 운문사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운문사는 560년(신라 진흥왕 21)에 신승(神僧)이 창건했으며,
608년 (진평왕 30)에는 원광법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크게 중창했고
'삼국유사'의 집필을 일연 스님이 이곳 운문사 에서 시작하셨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곳이었습니다.
운문사는 다른 사찰과는 다르게 호거산 밑에 넓은 평지에 위치에 있고
들어가는 길에 정갈한 돌담이 매우 인상적인 곳으로 그 길을 걸어 들어가는 것부터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일주문까지 이어진 돌담 길을 들어서니 어느덧 수행자의 마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일주문을 대신하는 입구에는 2층 구조로 위에는 법고, 범종, 큰 목어가 절의 규모를 느끼게 합니다.
이곳 운문사는 1958년부터 비구니 전문강원으로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고,
지금은 약26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이곳에서 경학을 배우고 있으며,
운문 승가대학은 국내 승가 대학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운문사 뜰로 들어서면 스님들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정갈한 꽃밭과 천연기념물인
거대한 소나무가 마주 하고 있는데 이 소나무는 임진왜란과 한국 전쟁 당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었음에도
이 소나무만 피해를 입지 않아 그 영험함을 기특히 여겨 매년 봄에 막걸리 12말에 물 12말을 타서
뿌리에 뿌려주는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일설로는 다른 소나무와 다르게 처진 모양이 된 이유가 법당에서 나오는 불경을 들어서
득도한 깨달음의 모습이라고도 한다고 하니 역시 사람이나 나무나 수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가대학이 있는 만큼 절 입구에 커다란 서점이 있습니다.
잘 정리된 꽃밭과 처진 소나무의 웅장한 모습
운문사에는 대웅보전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400년이 된 대웅보전으로
고려 숙종10년에 원응국사에 의해 건립된 뒤 수 차례 중창된 보물 835호로 반야용선인데
자비로운 배가 고해의 바다를 건너는 중생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실어다 준다는 뜻으로,
이 대웅보전에는 떠나려는 배의 청장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악착보살"이 있었는데
이 악착보살이 주는 의미로는 기필코 깨달음을 얻고 말겠다는 보살의 마음이
지금 이 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하나의 대웅보전은 1994년 새로 신축한 대웅보전으로 그 규모가 국내에서 손 꼽을 정도입니다.
절을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는 커다란 만세루와 멀리 보이는 400년 된 대웅보전 사이로
승가대학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그 밖에도 운문사에는 통일 신라의 석탑의 전형인 정사각형의 기본평면에 2층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석탑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씩 결구하면서 처마 밑에는
층단 받침을 내는 3층 석탑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 조산의 위대함을 이곳에서 다시금 확인합니다.
새로 지은 대웅보전(위) 400년된 대웅보전(아래)
천장을 자세히 실펴보면 보이는 악착보살이 매달려 있는 400년된 대웅보전
대웅보전에 한 짝 밖에 남아있지 않은 문창 살
통일 신라 에 만들어진 3층석탑
최근 조성된 운문사 입구부터의 백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운문천의 맑은 물 사이로 새로이 보행자길이 만들어 졌는데
절을 나오는 내내 이 길을 걸으니 산림욕을 한것 같은 효과로 맑은 머리와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일본의 일제시대 만행으로 소나무들이 군데 군데 뜯겨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송진을 파헤쳐 생긴 상처라고 하니 다시 한번 일본에 대한 분노가 생겼지만 그럴 수록 우리는
더욱 더 강한 나라가 되는데에만 온 힘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운문사 방문은 무더위뿐 아니라 마음의 묵은 때까지 가시게 할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몇 달 내내 머릿속에 알 수 없는 묵직함에 마음은 폐허가 된듯하고 머리는 텅빈.. 뭐랄까..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들이 바로 나 자신의 어리섞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남다르고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사찰 여행은 나에게 진정한 마음의 휴식이 되었습니다.
올해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분이라면 이번 여름에는 산새가 깊은 운문사로 찾아가 보심도
색다른 여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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