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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대관령목장·눈꽃마을 본문
평창 삼양 대관령목장·눈꽃마을
눈밭에 발이 푹푹 빠져도 … 걸음을 옮기다 수없이 미끄러져도 ‘하하호호’
새하얀 눈꽃세상서 맞는 세밑 해넘이는 또 다른 감동
겨울 평창은 온통 새하얀 세상이다.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준봉 10여 개가 둘러싸고 평균 고도가 700m에 달하는 이 고원지대는 겨우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우리 땅에서 겨울에 눈이 가장 많이 내리고 추운 지역 중 하나인 강원도 평창은 국내의 대표적인 겨울 여행지이기도 하다.
겨울철 평균 강설량이 2m50㎝에 달하는 평창에는 국내 굴지의 스키장이 몰려 있고, '눈꽃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겨울 산행 코스도 잘 정비돼 있다.
눈밭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산골 마을도 여럿이고, 얼음 위에서 겨울 정취가 가득한 축제도 열린다.
풍력발전기 뒤로 내려앉는 석양에 새하얀 눈밭도 붉게 물들었다.
연말·연시에 가족과 함께 평창을 찾는다면 황병산(1407m) 동남쪽 능선에 자리한 삼양대관령목장(에코그린 캠퍼스)을 빼놓을 수 없겠다.
멀리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 정상에서는 가슴 벅찬 새해 일출을 만날 수 있고, 백두대간 서쪽 능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세밑 해넘이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차도가 잘 정비돼 있어 한겨울에도 추위에 떨지 않고 자동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총 면적 2000ha(600만평), 초지면적 600ha(180만평), 총 사육두수 900두인 삼양대관령목장은 여의도의 7.5배에 달하는 광활한 초지 목장이다.
1972년 개간을 시작해 1985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최근 에코그린 캠퍼스로 이름을 바꿨으나, 아직은 삼양대관령목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셔틀버스 승강장이 있는 정상까지는 4.5㎞. 겨울철에는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아 승용차로 산길을 올랐다.
아이들과 이곳을 오른다면 수시로 차를 세워야 한다.
양떼 수십 마리가 자유롭게 노니는 방목지가 나타나고, 소 방목지를 지나니 이번에는 타조들이 아이들을 반긴다.
목초만 주면 달려들어 먹어치우는 양떼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아이들은 찬바람에 볼이 얼어붙는 것도 잊는다.
연인들은 하얀 눈밭 사이에 놓은 목책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해발고도 1140m인 정상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이 하얀 눈밭과 파란 하늘의 경계에는 총 53기의 풍력발전기가 거친 바람을 맞으며 늠름하게 서 있다.
하얀 설원 위의 풍력발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정취를 빚어낸다.
정상의 동해전망대에 오르니 산 아래로 멀리 강릉 시내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겨울 산의 해는 유난히 짧다. 어느덧 서녘 산 능선에 해가 걸리더니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풍력발전기 사이로 서서히 가라앉는 석양에 새하얀 눈밭은 어느새 금빛으로 변했다.
옆에서 누군가 아쉬움이 짙게 밴 목소리로 말한다. "아듀! 2012년."
#전통 스키와 썰매 즐기는 눈꽃마을
황병산 서쪽 자락에는 '대관령 눈꽃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관령면 차항2리인 이 작은 산골마을은 황병산사냥놀이(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9호)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사냥놀이는 교통이 두절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대관령 일대에서 정초에 서낭제에 제물로 쓸 멧돼지 사냥을 한 데서 유래했다.
이 놀이에는 전통스키·설피·창대 등이 동원된다.
눈꽃마을에서는 전통 스키를 타고 황병산사냥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전통스키는 서양의 알파인 스키와 비슷하나 정식 명칭은 '썰매'다.
벌나무로 만드는 전통 스키는 길이 1m 안팎으로, 네 곳에 구멍을 뚫고 끈을 달아 발을 묶도록 했다.
서양 스키보다 폭이 넓고 길이가 짧아 속도는 느리지만, 가파른 산에서 사냥할 때의 기동력은 탁월하다는 게 전통스키를 복원한 이 마을 박제동(71)씨의
설명이다.
봅슬레이 눈썰매는 각각의 튜브에 한 사람씩 올라탄 다음, 뒷사람이 두 다리를 앞으로 뻗고 앞사람이 이 다리를 잡아 열차처럼 연결한 다음 눈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놀이다. 스노 래프팅, 설피, 코뚜레만들기, 국궁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눈썰매장 주변은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다.
발을 잘못 디디면 눈밭 위에 미끄러져 나동그라지기 일쑤지만, 눈썰매에 오른 관광객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평창=글·사진 박창억 기자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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