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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12월,일출-일몰 미식기행 본문
연말이다. 그 어느 해고 힘들지 않은 때가 없었다지만 올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마음은 더 각별하다.
한 해를 정리하는 즈음 어떤 나들이가 제격일까. 겨울 여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일몰-일출 미식기행이다.
식도락(食道樂)기행은 별미에 대한 기대와 여정 속에 낭만이 함께 있어 더 즐겁다.
특히 겨울 바다로 떠나는 별미여행은 다소 을씨년스러운 감은 있지만 낭만이 한껏 흐르는 운치 있는 여정을 담보해준다.
천지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황홀경 속에 여기 된 연말 분위기를 억누르고 침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이다.
뿐만 아니라 동해를 박차고 떠오르는 붉은 태양의 장엄한 일출은 벅찬 감동을 맛보게 한다.
천수만-동해안 7번국도=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겨울 서해 미식거리의 대명사격인 '천북굴'이 제철을 만난 때문이다. 천북굴은 뻘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쫄깃 짭조름하다. 포구에서 배를 타고 20여 분을 나가 굴을 채취한다. ◆일몰 미식기행 3선◇한겨울 보령 천북 해변 일대를 찾으면 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식도락(食道樂)'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즈음 서해안을 향하는 여정은 별미에 대한 기대와 겨울바다의 낭만이 함께 있어 즐겁다.
특히 대천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충남 보령, 홍성 등 천수만 일원은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로 뻘굴, 간재미, 새조개 등 계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서해안에는 여러 곳의 낙조 명소가 있지만 천수만 인근 미식기행을 구상한다면 충남 서산군 부석면 천수만의 '간월암(看月庵)'을 꼽을 수 있다.
간월암은 국내 대표적 바닷가 사찰로 꼽히는 곳이다. 섬 사이로 달이 뜬다 해서 간월도라 불리는 작은 섬에는 그 섬만큼 작은 절이 있다.
말이 섬이지 손바닥만한 밭뙈기 크기에 암자 하나가 간신히 들어앉은 형국이다.
하루 2번씩 밀려오는 밀물 때는 물이 차 섬이 됐다가 썰물때 물이 빠져 육지와 연결되는 간월암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마치 구름 속에 피어난
연꽃처럼 아름답다.
조선왕조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무학대사가 고려말 암자를 짓고 '무학사'라 불렀다.
그 뒤 퇴락한 절터에 만공대사가 1941년 새로 절을 지어 '간월암'이라 이름 지었다.
간월암은 본래 서해의 외로운 섬이었다.
지금이야 서산방조제 공사와 매립으로 육지와 가까워 졌지만 그전에는 학승들이 용맹정진 할 만한 절해고도였다.
물때를 잘 맞춰 걸어 들어가거나 물이 차면 도선의 줄을 당겨 건넌다.
대웅전 앞에 서면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어선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등 이색 풍광을 접할 수 있다.
간월암 기행의 하이라이트는 해질녘 일몰. 특히 뭍에서 바라보는 간월암의 해넘이는 진한 여운을 드리우는 한 폭의 수채화에 다름없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태안(안면) 방면~A지구방조제를 따라 가다가 간월삼거리에서 좌회전~간월암
▶겨울의 진미 '굴'(보령)
천북면 장은리, '굴 마을'로 이름난 포구 일대에는 100여 군데의 굴전문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국내에는 진해, 완도, 여수 등 굴산지가 많지만 미식가들은 그중 충남 보령 천북을 명소로 꼽는다.
장은리 등 천수만 일원은 서해로 향하는 지천이 많아 해수와 담수가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굴 서식처로는 최적의 환경이다.
거기에 뻘에서 자라 일조량이 많은 것도 천북굴을 짭조름 쫄깃한 최고의 별미로 만들어 주는 요소이다.
천북굴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시즌이다. 굴 채취는 장은리 포구 앞바다 뻘 밭에서 이뤄진다.
물때를 맞춰 배를 타고 20여분을 나가면 광활한 뻘에 마치 하나의 커다란 꽃밭을 연상케 하는 자생지가 나선다.
천북굴은 씨알이 작지만 노르스름 회색빛을 띠는 속살이 짭조름 쫄깃 거린다.
벌건 숯불에 오른 굴껍질이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해 '딱' '딱' 소리를 내며 입을 살짝 벌릴 때 까먹는 굴맛이 그만이다.
한광주리(10kg 정도, 3만원선)면 넷이서 실컷 먹을 수 있다. 굴밥, 칼국수 천북수산 등 굴 전문점 등 맛집이 즐비하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광천 IC~광천면 소재지~이정표 따라 장은리
▶쫄깃한 서해의 풍미 '새조개'(홍성)
남당리는 서해안 천수만의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이다. 철마다 천수만 일대에서 나는 제철 해산물이 넘쳐나 서해안 미식 1번지로 불릴 정도다.
새조개는 겨울 다운 추위가 닥칠수록 작황이 더 좋다. 12월부터 3월초까지 천수만 연안에서 형망(끌방) 조업이 이어진다.
새조개는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데, 입안 가득 연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 지역 회집에서는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많이 낸다.
냄비에 무, 대파, 팽이버섯, 마늘 따위 야채를 듬뿍 넣고 펄펄 끓인 뒤 여기에 새조갯살을 담가 살짝 익힌 뒤 초고추장에 찍어 김에 싸서 한입에 먹는다. 조개를 데쳐 먹은 야채국물엔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데, 이 맛 또한 별미다.
값비싼 새조개는 그 해 작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대략 껍질을 깐 새조개 1㎏(2인분, 20마리 정도)이 4~5만원 수준이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 좌회전, 29번 국도 타고가다 40번 국도로 좌회전~갈산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남당리 팻말보고 7~8분 가면
다시 40번 국도. 좌회전해 8㎞쯤 들어가면 어사리 지나 남당리.
▶가오리보다 한 수 위 '간재미'(오천)
간재미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고르게 서식하지만 유독 천수만, 태안반도 인근해역에서 많이 나는 심해성 어종이다.
생김새가 가오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맛도 홍어에 견줄 만 해 겨울철 진미로 통한다.
굳이 '겨울 간재미'로 불리는 것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육질이 얇고 질겨지는데다 뼈도 단단해져 특유의 오돌오돌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업도 연중 12~4월 사이 집중된다.
간재미는 춥고 눈 올 때 살아 있는 싱싱한 것을 막 조리해 먹어야 제 맛이다.
활어 회는 껍질을 벗긴 후 살과 뼈째 알맞게 썰어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홍어처럼 톡 쏘는 맛이나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 평소 회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쉽게 입맛을 붙일 수 있다.
무침은 고추장에 식초와 참기름, 대파, 배, 오이 등을 썰어 넣고 발갛게 버무려 상에 올리는데, 매콤 새콤한 양념과 쫄깃, 오들오들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식감을 더한다. 한마리를 통째로 쪄내는 찜은 양념이 밴 속살과 연골이 입에서 사르르 녹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간재미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탕을 즐겨 찾는다. 간재미를 토막내 신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국물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보령 오천항, 태안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작황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대체로 4~5만원 선이면 넷이서 먹을 만하다 .
◇오천항: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IC~보령 방면~21번국도 (주포방향)으로 좌회전~ 8km 가면 주포, 좌회전 이정표 따라~오천항.
◆일출 미식기행 4선
한겨울 동해안에도 싱싱한 미식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7번 국도 따라 이어지는 일출 포인트마다 맛깔스런 별미가 함께하고 있다.
이즈음 맛기행으로는 '대게'와 '과메기'로 대별되는 동해안 '삼척~울진~영덕~포항' 구간이 풍성하다.
포구마다 대게 찌는 냄새가 진동하고 양지녘에는 해풍에 꼬득꼬득 말라가는 과메기 덕장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겨울 여정에 무난한 일출기행까지 곁들일 수 있어 안성맞춤이다.
빼놓을 수 없다. 수백만평 능선에 웅장한 자태로 선 24기의 풍력발전기. 그 힘찬 날갯짓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에서는 엄청난 삶의 에너지는 물론
밝은 희망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동해의 빼어난 일출 포인트 중 굳이 이색적이고도 역동적인 해맞이 명소를 찾자면 경북 영덕군 창포리 산 능선에 자리한 풍력발전소를 빼놓을 수
없다. 수백만평 능선에 웅장한 자태로 선 24기의 풍력발전기.
그 힘찬 날갯짓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에서는 엄청난 삶의 에너지는 물론 밝은 희망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굽이 마디 절경을 품고 있는 '강축'(강구~축산) 해안도로를 내닫다 보면 영화 속에서나 봤음직한 커다란 바람개비가 허공을 가르는 모습과
맞닥뜨릴 수 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광. 어촌 마을 뒷산에 거대한 바람개비 수십 대가 줄지어 돌아간다. 영덕의 명물 풍력발전소이다.
영덕 창포리 야산을 수놓은 풍력발전기는 80m 높이의 타워에 달린 직경 82m의 거대한 날개가 회전하는 매머드 급 피조물이다.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고 장쾌한 동해의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순간 풍력 단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 풍광을 그려낸다.
◇가는 길=영동고속도로~남원주 IC~중앙고속도로~안동IC로 빠져나와 34번 국도~영덕읍~하저리 방향 14㎞ 정도 달리면 해맞이공원-풍력발전단지 이정표가 있는 해안도로~좌회전해 4㎞ 정도 달리면 하저리-대부리-창포리를 차례로 지나 해맞이 공원. 해맞이 공원 앞에서 왼쪽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풍력발전단지.
겨울철 남부 동해안 지역의 별미로는 단연 과메기를 꼽을 수 있다.
과메기는 갓잡은 꽁치를 바닷물로 씻어낸 후 내장을 제거하고 해풍에 꼬득또득 삼일밤낮을 말리면 먹기 좋을 만큼 쫄깃 고소해진다.
김이나 월동 배추 속 위에 과메기, 생미역, 실파, 마늘, 풋고추 등을 얹어 쌈장과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동해 갯내음이 절로 입안가득 전해온다.
과메기는 해풍을 쐰 정도에 다라 때깔이 달라지는데, 바다 가까운 덕장에서 말린 것은 불그레한 기운을 띤 상품이다.
한 접시 2~3만원 선이면 넷이서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과메기는 본래 청어로 만들었으나 청어 조업이 부진해지자 꽁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최근 몇년 사이 청어가 다시 잡히는 해도 있어 간간히 청어 과메기 맛도 볼 수 있다. 청어는 기름기가 많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한편 포항 호미곶은 한반도의 대표적 일출 포인트이다. 호랑이 꼬리 부분으로 툭 튀어나온 '호미곶' 일출공원 앞바다에 세워진 조형물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웅장하다.
◇포항: 영덕 기준 7번 국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된다.
▶겨울 별미의 진수 '대게'
그야말로 흡족한 멀티 기행지가 된다.
대게는 통상 11월부터 5월까지 조업이 이뤄지지만 12월 중순 이후 잡아야 살이 오른 게맛을 볼 수 있다.
대게는 '大게'가 아닌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나무(竹)처럼 마디진 다리와 빛깔을 가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지방질이 적어 담백 쫄깃하다.
게장이 담긴 딱지(몸통)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게는 우리 나라 동해안 전역에서 잡힌다. 밑으로는 경북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부터 위로는 함경북도 근해까지가 서식지이다.
대게 앞에 영덕이라는 지역명이 붙은 것은 동해안 지역 중 영덕이 내륙과 통하는 교통이 발달한 곳이라 영덕이 대게 집산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영덕 지역에서는 주로 강구, 대진 등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망양정, 죽변항 등 멋진 일출 포인트가 곳곳에 자리해 장쾌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울진 또한 겨울철 '대게'를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명소.
대게 가격은 종류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곰치 & 도루묵=정동진 일출(강원도 강릉~삼척)
곰치는 흐물흐물 생김새는 못갱겼어도 부드러운 육질과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때문에 신김치 넣고 끓여낸 곰치국은 속풀이로 최고다.
7번국도 주변에서는 회 값이 싸고 푸짐하다는 삼척 원덕항 등 포구에서 곰치국맛을 쉽게 벌 수 있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흔한 생선 이었지만 최근 십수년간 어획량 부족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미식가들은 통통한 알의 쫄깃한 식감을 즐긴다. 고소한 구이, 얼큰한 찌개맛이 일품이다.
또 강릉주변 정동진 일출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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