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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펌)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11. 21. 15:07

 

 

 

 

 

거짓말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알프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높고 웅장한 융프라우와 그곳을 향해 달리는 빨간 기차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목가적인 마을들. 그녀는 두 눈을 의심했다.

스위스의 모습을 담은 달력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루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오가는 그곳.

 태양빛마저도 하얗게 부서져 흩날리는 만년설 위, 그녀는 이내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얀 눈 아래 숨어 있는 마음속 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Travie writer 서진영 일러스트 오정은
취재협조 내일여행www.naeiltour.co.kr, 융프라우철도www.jungfrau.ch
진행협조 동신항운(주)www.jungfrau.co.kr

도전자유여행 스위스편


이번 여행은 트래비와 내일여행이 마련한 도전자유여행 이벤트에 당첨된 오정은 독자님과 함께했습니다.

 3월29일에 떠나 4월3일 일상으로 돌아온 이번 여행은 내일여행의 '스위스 융프라우 금까기' 프로그램에 맞추어 진행한 것입니다.

본 상품은 자유일정이지만 융프라우철도 100주년을 맞아 특별한 세리모니가 열리는 시기에 방문하였기에 융프라우철도에서 마련한 공식행사에

초청을 받기도 하는 등 아주 특별한 일정으로 꾸려졌습니다.

이번 기사는 트래비 객원기자Travie writer가 동행하여 그녀의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담고, 미술학도인 오정은씨는 여행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리는 형태로

진행하였습니다.

●융프라우, 하늘을 향해 달리다

융프라우요흐행 빨간 산악기차를 타고 알프스를 오른다.

융프라우를 바라볼 수 있는 딱 그만큼까지 오르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조금 더 하늘 가까이 손을 뻗게 된다.

두 눈은 물론 온몸이 부서질 듯 내리쬐는 태양이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하늘을 향해 달리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은 왜일까.

 

 

 


 

100년 전이다, 만년설 덮인 알프스에 빨간색 산악기차가 기적을 울린 것이. 그리고 100년. 오늘 우리는 융프라우를 만나러 간다

 

알파인 센세이션 한가운데서 만난 대형 스노볼. 알프스의 모든 풍경을 한곳에 모아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 아름다움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융프라우
현실 앞에서 느낀 비현실적 빛깔

조금씩 날이 밝아 오지만 아직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는 새벽녘에 호텔을 나섰다. 오늘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 융프라우요흐에 오른다.

 

 

얼리 버드early bird가 많다. 나무 위에도, 기차역에도. 기차에 올라 호텔에서 준비해 준 샌드위치와 당근 한 토막을 야금야금 먹다 보니 산등성이마다

하얗게 덮인 눈이 태양보다 먼저 아침을 밝힌다.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에서 출발한 기차가 라우터부룬넨Lauterbrunnen을 지나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에 이르렀다.

융프라우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이곳에서 아이거 앰배서더 익스프레스로 갈아타면 드디어 유럽의 지붕,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요흐에 발을 디딘다.

융프라우와 융프라우요흐. 같은 곳일까? 내내 아리송했던 궁금증이 풀린다.

융프라우는 해발 4,158m의 산봉우리. 아이거Eiger, 묀히Monch와 더불어 알프스 3대 봉우리로 손꼽힌다.

유럽에서 가장 하늘에 가까운 곳. 융프라우요흐는 묀히와 융프라우 산봉우리의 이음새이자 융프라우와 함께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Aletsch 빙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융프라우 일대의 경이로움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전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융프라우철도를 따라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이 바로 융프라우요흐역.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시는 만년설 위로 빨간색 산악열차가 오르내리게 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이다.

1912년 8월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에 개통한 융프라우철도는 한여름에도 영하를 맴도는 추운 날씨, 최고시속 250km에 달하는 강풍,

눈사태와 폭풍 등 시시때때로 변하는 혹독한 자연조건을 이겨내고 장장 5,000km에 걸쳐 여행자들의 발길을 옮겨 준다.

살짝 어지러운 듯. 기차에서 먹은 샌드위치도 가슴팍에서 남아있다. 이런 게 고산병 증세인 걸까.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진 융프라우는 바쁜 손짓을 한다.

 급한 마음을 누르고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천천히 발을 뗀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스핑크스 전망대Sphinx Observation Terrace에서

첫인사를 하는 이는 노란부리까마귀, 알파인 초프Alpine Chough. 지상의 비둘기, 기러기마냥 여행자들이 내민 과자 부스러기를 날름날름 잘도 집어먹는다.

전망대 벽에는 사랑의 열쇠들도 주렁주렁. 여기다 마음을 묶어두기보단 빨간 우체통에 마음을 적어 보내는 것이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빨간 우체통이 있으니.

감성적인 첫 인사를 나누다
알파인 센세이션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얼음 궁전으로 이어지는 빙하 아래 터널에 융프라우철도 10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융프라우의 변화상을 아름다운 빛과 음악, 다양한 조형물로 새로이 연출한 알파인 센세이션Alpine Sensation. 마침 개막식이 있는 날이었다.

맨 앞에서 테이프커팅의 순간을 축하했다. 운 좋게 테이프 조각도 받았다.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들이 여럿이다.

알파인 센세이션은 융프라우의 경이로운 모습을 4D 영상으로 보여주는 터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아치형 천장에 화려하게 반짝이는 별 아래 스위스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 소복이 모여 있는 초대형 스노볼이 동화 속 알프스를 재현한다.

여기서부터 무빙워크를 따라 융프라우철도의 개척자 아돌프 구에르첼러Adolf Guyer-Zeller의 개척정신과 터널 노동자들의 헌신을 살필 수 있는 갤러리가

이어진다.

바깥 날씨가 궂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할 경우라면 이 알파인 센세이션이 더없이 위안이 될 듯하다.

그리고 갤러리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알레치 빙하의 20m 아래쯤에서 얼음을 쪼아 만든 조각 공원, 얼음 궁전Ice Palace이다.

빙하가 조금씩 움직이기에 주기적으로 지붕과 조각품을 다시 쪼아야 한다고.

융프라우의 경이로움뿐 아니라 자연을 향한 인간의 도전정신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스핑크스 전망대-알파인 센세이션-얼음 궁전으로 연결되는 융프라우요흐 여행의 절정은 만년설을 밟고 오르는 고원지대 하이킹이 아닐까.

입술은 점점 푸르스름해지고 무거운 몸마저 휙 날려버릴 것 같은 강한 바람이 시야까지 방해하는데도 꿋꿋하게 앞을 헤친다.

이따금씩 바람이 멈추면 믿기지 않는 알프스의 속살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슴이 확 트이다 못해 아주 강하게 한 방 훅 맞은 것처럼 거친 숨을 내뱉게 되는 느낌.

현실 앞에서 맞은 비현실적인 느낌과 그런 모습들이 끝없이, 끝없이. 너무 또렷해서 믿기지 않는. 이윽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순간을 맞이했다.

그렇게 자연으로 존재하는 내가 그곳에 서 있었다.

융프라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설원 콘서트
스노픈에어 SnowpenAir

"야호~" 메아리를 대신해 "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세 자매가 병풍 두른 클라이네 샤이덱 한가운데서. 199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5회를 맞은 설원 콘서트,

스노픈에어SnowpenAir 현장이다. 낯선 여행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맥주 캔을 부딪치고, 모르는 음악에도 리듬을 타며 콧노래를 흥얼흥얼. 얼떨결에

그 분위기에 휩싸인 나와 달리 작정하고 온 이들이 많다.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눈밭 위에서 느긋하게 일광욕까지 하며 공연을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

 3월31일에 열린 공연에는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킴 와일드Kim Wilde 등의 팝 가수들이 흥을 돋웠다.

공연이 열리는 클라이네 샤이덱은 19개의 리프트, 110km의 슬로프가 지난다.

자연스럽게 스키와 보드를 타던 사람들도 눈 언덕에 자리를 잡고 환호성을 보탠다.

공연장을 감싸고 도는 기차에 장난스럽게 눈덩이도 던져가며 그들만의 축제를 즐긴다.

어른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언덕 한 쪽에서 부지런히 삽질을 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고, 돗자리를 타고 썰매를 즐기는 아이들도

나름의 분위기를 탄다.

스노픈에어는 웅크렸던 겨울의 융프라우를 깨운다. 부활절을 기준으로 봄을 맞이하는 스위스 시계바늘에 기름칠을 하는 것 같다.

해가 알프스 산맥 위로 바짝 떠오를 무렵부터 해질녘까지 클라이네 샤이덱에 모인 만여 명의 사람들은 제각각의 생기를 뿜어낸다.

지치지 않고 쏟아내는 에너지가 하얀 눈 위로 두툼하게 쌓인다. 그 기운이 융프라우로 쏟아지는 햇살을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노픈에어SnowpenAirwww.snowpenair.ch

 

general_image

 

일광욕은 여름 바닷가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날려버리게 한 피르스트의 산장카페 테라스

 



 

하얗게 부서지는 빛의 조각을 온몸으로 흡수하다

융프라우 하이킹

피르스트First. 영어로는 '처음'이 아니던가. 역시나 하늘 아래 첫 번째 마을이라는 뜻이란다. 걷기 바람은 알프스에서도 강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레길, 둘레길이 유행이지만 알프스에서는 무공해의 산악마을과 올망졸망 야생화가 수놓은 산길, 알프스의 풍경을 그대로 본뜬 호숫길

그리고 만년설로 옷 입은 빙하지대로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가 70여 개가 넘게 얽혀 있다.

그 가운데 피르스트에서 바흐알프제Bachalpsee 호수로 연결되는 하이킹 코스는 '그림엽서 하이킹'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기로 첫 손가락을 빼게 한다.

막상 하이킹을 하자니 평소 운동과 담을 쌓은지라 덜컥 겁이 났다. 다행히 피르스트-바흐알프제 구간은 초보자도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는 하이킹 코스.

넉넉잡고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피르스트에는 중급자들도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슬로프가 이어져 스키나 보드를 타기에도 좋다.

주변에 장비 대여점도 많아 마음만 먹으면 즉흥적으로 즐길 수 있다.

"thirsty?" 눈 위에 피르스트 슬로프 옆으로 가지런히 줄선 해변의자가 묻는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 위에 드러눕는다.

선글라스를 끼고도 눈이 부신 느낌. 눈을 감고 망중한의 단잠을 청해 본다.

그리고 산장카페에서 맛보는 핫초코 한 잔. 융프라우가 선물하는 나른함은 이런 것이다. 자연에 오롯이 나를 내맡기게 하는 것. 이로써 완전히 제압당한다.

하이킹 준비물


방수되는 등산화, 썬크림, 보온을 위한 옷, 모자, 선글라스, 비상 약, 간단한 음료 및 간식.

 

하늘과 가장 가까이에서 펼쳐지는 콘서트, 스노픈에어 2012. 이날만큼은 하얀 눈 위, 붉은 태양 아래 기분 내키는 대로 룰루랄라


 

T clip. 무제한이라 즐거운 융프라우 VIP패스

융프라우 지역은 유레일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융프라우 지역을 효과적으로 여행하려면 융프라우철도의 모든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융프라우 VIP패스가 제격.

30개의 리프트와 160km 슬로프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리프트 권은 하이킹과 스키 등 융프라우의 다양한 레저 활동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3일 일정으로 개별 비용은 CHF416, 3일 VIP 패스를 이용하면 CHF195에 불과하다. 단, 클라이네 샤이덱-융프라우요흐 구간은 1회 왕복.

쉬니케 플라테 식물원 무료입장권, 피르스트 플라이어 무료탑승권을 비롯하여 패러글라이딩, 마차, 슈 레스토랑 퐁듀 세트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요금 2일 VIP 패스는 CHF175, 3일 VIP 패스는 CHF195 기간 2012년 4월21일~10월21일(쉬니케 플라테 등 일부 구간은 5월17일부터) 문의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 동신항운(주)www.jungfrau.co.kr무제한 구간 인터라켄-라우터부룬넨/ 그린덴발트-클라이네 샤이덱
그린덴발트-피르스트(곤돌라), 그린덴발트-맨리헨/벵엔(케이블카)
라우터부룬넨-그러취알프-뮤렌, 빌더스빌-쉬니케 플라테, 인터라켄-하더 쿨룸

 

 

 

 

 

 


T clip.피르스트 플라이어 즐기기

피르스트 정상에서 슈렉펠트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레포츠 시설이다.

융프라우의 레포츠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은데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피르스트 플라이어가 딱. 1분간 케이블카를 타고

융프라우 만년설 위를 날아다닐 수 있는 재미있는 체험이다. "3, 2, 1" 안전요원이 구령을 외치는 순간의 공포만 이겨내면 그 다음부턴 내 세상이다.

또 타고 싶어질지도.
탑승조건 몸무게 35~125kg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
예상비용 성인 CHF25(계절에 따라 변동 가능, 융프라우 VIP 패스 소지자는 무료).


 

                                                         콘서트 내내 잠시도 떨어질 줄 몰랐던 열정적인 커플. 부러우면 지는 거다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향하는 스키 리프트. 일반 스키장에서 타는 리프트와는 전혀 다르다. 하늘을 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앞에는 스노픈에어 콘서트가 열리고, 뒤로는 융프라우요우행 기차가 오가는 클라이네 샤이덱


 

알록달록 색색의 옷차림이 인상적인 스키가족이 아주 익숙한 움직임으로 피르스트 슬로프를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