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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본문

서울,경기도,강원도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6. 23. 10:15

태백에 드는 길도 그러했지만 태백에서 다시 삼척시의 내륙 쪽 변방 풍곡(風谷)으로 드는 길은 산(山) 공화국의 일원인 백병산, 사금산, 면산이 받아 내려 더해지는 물길로 계곡이 수려했다. 굽이치는 동활리(삼척시 가곡면) 계곡을 따라 물과 길이 흐르듯 자동차도 흘러간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도란도란 흘러나온 물들이 동활리 계곡에 머리를 들이미는 계류를 거슬러 오르면 여지없이 사람 사는 마을이 들어앉아 있다. 

흡사 천렵(川獵) 잘하는 눈썰미 좋은 사람이 물고기 숨은 곳을 잘 찾아내듯, 이곳 강원도 산국(山國) 삶의 원초적 형태라 할 수 있는 궁벽한 오지의 세간살이는 어김없이 물길 닿는 곳이라면 협협(峽峽) 골짜기 그 어디라도 깊숙이 들어박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의 삶이란 한 평생을 고행으로 정진하는 수도승처럼, 고되고 고된 노동과 고독한 단절이 연거푸 반복되는, 슬픈 세월을 넘어온 흔적들이 찌그러진 양재기처럼 놓여져 있는 것이다. 

강(江)의 고향은 산(山)이다. 하여 산 많은 강원도엔 강이 많다. 대개가 백두대간을 경계로 서쪽(한강)과 남쪽(낙동강)으로 흐르는 물길이 큰데 반해 동해 쪽으로 한 뼘쯤 내닫는 강줄기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큰 멧부리들이 가풀막 심한 장벽을 둘러쳐서인지 동쪽의 물길은 아직도 바다의 꿈을 담고 오르는 연어와 은어의 힘찬 몸짓을 볼 수 있는 다행스러움으로 남아 있다. 

동활리 계곡은 마침내 아직도 원시성을 자랑하는 응봉산에서 흘러든 덕풍 계곡과 합수(合水)되어 가곡천이란 이름패로 고쳐 달고 80리 길을 달려 동해에 몸을 풀었다. 이제껏 따라오던 동활리 계곡이 끝나고 덕풍 계곡으로 들든 가곡천을 따라 흐르든 그 시작점이 되는 풍곡리에 닿았다.
걸어 오르며 다시 보는 덕풍 계곡은 염려와는 달리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계곡의 청결은 물론이려니와 보고 느끼고 돌아가는 여행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애를 쓴 덕분이었다. 

응봉산에서 흘러드는 보리골, 용소골, 문지골의 정력 넘치는 물줄기들의 우람함이 빚어놓은 덕풍 계곡의 수려함은 계곡에 들어선 사람을 압도한다. 거대한 바위와 절벽을 비집고 틀어가며 몸부림치는 폭포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자연 앞에 다만 겸허하게 경배할 것을 요구해오고 그 요구는 십리길 들어 자리잡은 덕풍 마을을 지나 용소골에 다다르면 절정으로 치달아 사람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이무기들 득실대며 용(龍)들이 되어 몸부림치며 하늘로 올랐다는 용소골의 빗장은 들머리부터 '돌아가라'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하늘 둘러친 절벽에 통바위 골짜기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개 핥아 놓은 죽사발처럼 맨질한 비알 바위는 발길을 되돌리게 하고….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무대에 홀린 듯 들어섰다 언뜻 정신차리고 빠져 나오듯 날이 저물 무렵 덕풍 계곡을 빠져 나온다.
저 굽이굽이로 둘러쳐 가려진 비범스런 영역의 깊숙한 곳에서는 귓속을 울리는 내리 쏟는 물소리, 그 푸른 이끼와 소나무, 그 치솟음의 신성함이 긴긴 세월 동안 용트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거름 가곡천(嘉谷川)의 흐름은 그만큼 고요했다. 태백 쪽의 동활천과 신성한 덕풍 계곡의 물줄기가 만나 가곡천이 시작되는 풍곡리로부터 바다에 이르는 호산까지의 천변(川邊) 풍경은 이름에 걸맞게 자못 한산하고 낙낙한 가운데 사람과 어울린 정겨운 풍치를 펼쳐 보인다. 흘러간 세월 중엔 은어가 수없이 몰려와 '물반, 은어반'이라 불렸을 정도로 은어가 많았다지만 사람살이에 필요한 물막이를 만들고 비좁게 난 어도(漁道)는 은어를 떠나 보낸지 오래다. 간간이 보여지는 은어는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고 이제 그 자리엔 열목어와 꺽지가 터를 잡고 바다를 왕래하는 민물 게가 가곡천의 체면을 유지해 주고 있었다.
살아있는 물줄기는 여러 마을을 조용히 끌어안고 적시며 그들이 뿌리를 내리는데 제 몫을 다하고 바다로 흘러 몸을 풀었다. 샛강 풍경에 대한 아련한 향수 한 모금 마셔 보지 못한 자 누가 있겠는가. 무심히 흘러가는 물일 텐데, 강이 살아야 사람도 살 텐데.

길라잡이
가곡천과 덕풍계곡을 찾아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강릉·동해·삼척을 경유 7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원덕읍에서 416번 지방도를 타고 가곡천을 거슬러 올라 풍곡리로 든다. 두 번째는 영동고속도로 만종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신림IC에서 신림­주천­(88번 군도)­영월­태백(31번 국도)­삼척으로 가는 길(38번 국도를 타고 통리역 까지 간다)­통리역에서 427번 지방도를 타고 원덕 방향으로­신리 삼거리에서 41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덕풍리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 들면 바로 풍곡리다.

볼거리
신리 너와집과 물통방아
풍곡에서 태백으로 향하는 416번 지방도로를 타고 9㎞쯤 가면 신리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1㎞쯤 돌아가면 너와집과 물통방아가 나온다. 나무를 판자모양으로 켜서 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강원도 산간오지의 가옥구조를 보여준다.

먹을거리와 숙박
풍곡리 삼풍 주유소 곁에 있는 삼풍기사 식당(0397-573-9289)은 민물매운탕을 잘 차려 낸다. 가곡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사용한다.
숙박으로는 풍곡리 덕풍계곡 입구에서 운치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면 모르쇠 농원(0397-572-4424)이 있다. 취사는 물론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울 수 있으며 도로에서 떨어진 개울 건너집이기 때문에 운치가 뛰어나고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