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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6. 23. 10:13

동강은 강원도 정선·평창·영월 3개 군을 적시며 흘러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영월에서 동강의 물줄기를 찾아 들어가 섭새나루에서부터 강을 거슬러 오르며 평창군 미탄면 문희 마을까지 15㎞의 험한 강변의 길, 그러나 아름다운 길을 따라간다.

섭새와 어라연
섭새의 거운교를 건너면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하지만 길은 강이 아닌 산으로 접어든다. 어라연으로 가려면 거운교를 건너자마자 나타나는 거운초등학교 앞에서 오른쪽으로 난 황토길의 둔덕을 넘어 4㎞쯤 들어가야 한다. 야트막한 재를 넘으면 다시 동강의 물줄기와 어라연을 만나기에 놓치지 말고 들러봐야 한다.
숲길을 지나 강가의 자갈밭길로 들어서면 어라연 들머리가 되는 만지(滿池)다. 말 그대로 물이 가득한 연못이다. 동강이 유명세를 치르기 전인 17년 전부터 살았다는 이준 씨네 어라연상회가 첫 집이다. 동강파수꾼이기도 한 이준 씨 집에서 몇 걸음 어라연 쪽으로 올라가면 뗏목이 한창이던 시절에 동강에서 가장 유명했던 '전산옥 주막'터가 있다. 아우라지·송천·골지천 등 동강 상류에서부터 띄웠던 뗏목의 휴식처였다. 어라연을 지나 뗏군들에게 악명 높았던 된꼬가리 여울을 지나면 만지다. 물이 얕고 바위가 많은 된꼬까리 여울을 지나면서 거의 모든 뗏목은 망가졌다고 한다. 그러니 만지나루에 떼를 대고 술 한 잔 치면서 뗏목을 재정비했던 것이다. 이쯤에 이르면 뗏목 아라리도 저절로 흥얼거려졌다.

황새여울 된고까리야 떼 내려 간다/만지 전산옥이야 술반 채려놓게/오수복 들가방에 돈이 쏟아진다

된꼬까리 여울을 지나면 어라연의 삼선암으로 들어가는 나룻배가 있다.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이 비단결 반짝이는 것처럼 아름답다는 연못, 어라연.
세 개의 넓고 큰 바위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 강 건너 바위절벽에는 돌단풍이 가득 뒤덮었다. 그 뒤의 높은 산속 어디에선가는 한낮의 뻐꾸기가 울어댄다. 그 정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동강은 어느새 그림처럼 흐른다.

절운재와 문산마을
다시 거운초등학교로 나와 어라연의 윗마을인 문산 마을로 향한다. 동강과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절운재를 거쳐 8㎞ 길을 따르는 길이다. 문산마을은 참으로 평온해 보였다. 마을은 뒤쪽으로 산을 베고 앞 강물에 발을 담그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국이다. 마을에서는 오래도록 이어져 온 민간신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바로 '성황제'라고도 하는 가신(家神) 신앙이다. 1, 3, 4월 중 저녁에 지낸다. 성주고사를 지낼 때는 토지지신, 조상, 삼신도 같이 지낸다.
길은 갑자기 급경사를 이루며 바위벼랑 위로 이어진다. 조심스런 운전으로 그곳에 오르면 아찔함 속에 훌륭한 조망을 안겨준다. 깎아지른 바위벼랑 저 아득한 아래로 동강의 물길이 한 눈에 들어오고, 강 상류 쪽에서 내려오는 래프팅 배들이 조악돌 만큼이나 자그맣게 보이는 모습 뒤로 첩첩 산중이 속으로 강의 모습이 사라진다.
바위벼랑 길을 내려서 강가의 자갈밭 길을 지난다. 자갈밭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는 청둥오리와 비오리들이 가끔 눈에 띈다. 놈들은 워낙 예민하기도 하거니와 이방인을 꺼리니 일부러 다가가지 말고 그저 모르는 척하고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진탕 헤엄치며 놀고 있는 한 무리의 오리들과 그것에 아랑곳 않고 돌 위에 서서 보초를 보는 듯, 주변을 살피는 한 녀석의 진지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창리천과 진탄나루
한낮의 동강은 어느새 초저녁처럼 어두컴컴해지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강 수면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드는 수많은 물방울무늬가 예쁘다. 참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그 비를 뚫고 진탄 마을로 가는 배 한 척이 떠 있다. 오래도록 빗속의 동강을 바라본다. 지나는 차 한 대 만나지 못했다. 수직의 빗줄기만이 있을 뿐, 세상의 평면은 모두 정지해버린 것만 같이 적막하다. 비에 젖는 동강의 적막은 왜 그리도 아늑한 것일까.
강 옆으로 나란한 길을 따르다 보면 창리천이 동강과 만나는 진탄나루다. 나루 앞의 모래밭은 래프팅 출발지점이기도 해 여름이면 늘 시끌벅적하다.
여전히 강은 이쪽 산자락을 치고, 저쪽 산자락을 건드리며 흐른다. 진탄나루에서 문희 마을로 오르는 4㎞ 길은 아예 울퉁불퉁한 자갈길이다.

문희마을
뗏꾼들에게 어라연 된꼬까리 여울과 함께 험하기로 이름 높았던 황새여울이 나타난다. 강폭이 넓어 물이 얕게 흐르는 황새여울에는 황새며 두루미가 많이 찾아들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얕은 수면을 찰랑대며 드넓게 흐르는 황새여울, 여울 한가운데에 긴 다리의 황새 한 마리라도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을 터이다.
황새여울을 지나 1㎞쯤 더 가면 더 이상 길을 이을 수 없는 문희 마을이다. 강 왼쪽의 둔덕 위로 민박을 치는 집이 서넛 들어앉았다. 강의 삼면으로는 바위절벽이 우뚝한 산이 에워싸고 둘러섰다. 동강은 그 안에 깊이 물을 들이며 모이는데, 무당소다. 무당소 왼쪽 바위 절벽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룡동굴이 있다.
더 이상 차가 다닐지 못하기에 칠족령에서 바위벼랑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오솔길은 트레킹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코스로 손꼽히는 길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꾸불텅대며 굽이치는 동강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곳에 서면 동강은 산줄기 사이를 헤치며 한없이 흐를 것만 같다.
그 아름다운 동강에는 돌탑을 쌓아 산란을 하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해 모래무지·메기·돌고기·퉁가리·종개·참마자 등의 물고기가 살아간다. 또 귀하디 귀한 천연기념물 수달의 생존터가 되고, 비오리·청둥오리들의 놀이터다.
문희 마을에서 되돌아서야 한다. 다시 진탄나루로 내려가 창리천을 따라 거슬러올라가면 오른쪽은 정선가는 길이고, 왼쪽은 미탄, 평창 가는 42번 국도를 만난다.

길라잡이
영월에서 신동, 태백방면 31번 국도를 타고 1.8㎞가면 왼쪽이 동강으로 드는 길이다. 9.5㎞가면 시작지점인 섭새다. 이 후는 본문에서 자세히 나열해가며 진행했으므로 본문을 따르는 것이 좋다.

볼거리
정선 5일장이 서는 날이면 구경을 가는 것도 좋다. 관광열차가 오는 날이면 아라리 공연을 들을 수 있다. 문희 마을 위쪽의 동강을 보고 싶다면 역시 창리천으로 빠져 나온 후 정선 방면으로 향하다가 비행기재 터널을 지나 조금 가면 광하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동강으로 드는 길이다. 비교적 길이 양호하다.

먹을거리와 숙박
동강에서는 시작지점의 어라연상회와 종착지 문희 마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주로 빈대떡과 매운탕 종류다. 정선장날이면 올챙이국수(옥수수 국수)와 만두와 비슷한 수수제비치기 등 강원도 토속음식을 맛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