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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서울러는해도 되고, 뉴요커는 하면 안되는 것들 본문
서울에 놀러 온 미국인들 중에는 다시 미국에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서울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엇보다도 24시간 움직이는 이 거대하고 분주한 도시 서울에서는 미국에서보다 다양하고 많은 것을 보다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밤이 길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그런 뉴욕보다도 서울은 더 길게 24시간 일주일 내내 술 마시고, 춤추고, 먹고 쇼핑하고 놀 수 있는 그야말로 다이나믹한 도시이다. 그래서 비교해보기로 했다. 서울러는 할 수 있는데, 뉴요커는 할 수 없는 도시 속 생활의 발견.
허드슨리버 전경
허드슨리버에서 보이는 뉴저지 전경
서울러는 한강에서 술 들이키는 것 YES
뉴요커가허드슨 강가에서 술 마시는 건 NO!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회사에서 짤렸다. 그냥 기분이 울적할때나 친구들과 시원한 바람맞으며 술마시고 싶을 때. 바로 그럴 때 찾아가서 무작정 울고 소리지를 수 있는 곳. 서울에는 한강이 있다. 술과 안주를 싸들고 무작정 한강으로 쳐들어가곤 한다. 탁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들이키는 술 한잔으로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은 더 크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강을 바라보며 술을 들이키며 한풀이하는 시간. 하지만, 아쉽게도 뉴요커에게 강가에서 마시는 한 잔의 즐거움은 없다. 뉴욕 전 지역에서 지붕 없는 야외 공간에서의 음주는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기 때문다. 때문에 답답한 가슴 시원하게 뚫어주는데 효과적인 강가에서의 술 한잔은 사실 뉴요커에게는 불법행위이다. 그럼에도 꽉 막힌 속을 부여잡고는 허드슨 강가로 가곤한다. 술은 커피 담는 텀블러에 몰래 담아가지고 말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술이 아닌 커피 마시는 걸로 보일 테니까.
센트럴파크 전경
센트럴파크에서 몰래 마시는 와인한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술마시는 것도 불법….
이긴 하지만, 아이스박스에 캔맥주 넣고 파는 뉴욕 아저씨들
불법 맞다. 지붕 없는 야외에서 술 마시는 거니까. 하지만, 불법이라고는 해도 많은 뉴요커들은 그 불법을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따뜻한 햇살을 담은 와인 글래스를꺼내들고 그냥 마셔댄다. 인류가 언제부터 준법정신을 철저하게 지켰다는 건가라고 비웃듯이 말이다. 뜨거운 한 여름에는 돗자리를 넓게 크고 얼린 물을 마시고 있다 보면, 아이스박스에 캔맥주를 넣고서는 판매하러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치 야구 경기장 안에서 맥주 파는 아저씨들처럼 말이다. 비록, 천장없는 야외 공간에서는 술을 못 마시는 것이 착한 시민의 도리이지만 때로는 자연을 벗삼아 알코올을 마셔주는 나쁜 시민의 작태를 즐길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서울에서는 길 걸어다니면서 소주 병나발을 불어도 법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다. 그래서, 술 마시기에 이만큼 훌륭한 도시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맨하탄의 한 아이리쉬펍
맨하탄그리니치빌리지에 위치한 바
맨하탄의 클럽전경
뉴욕에서는 실내에서의 음주는 허가되지만, 흡연은 죄악
술집과 클럽에서도 마찬가지
친구들과 한국에서 신나게 고기를 굽다보면 답답하고도 답답한 것이 옆 테이블에서 무섭게 피워대는 담배냄새다. 어떻게 고기와 밥을 먹는 중간에 담배를 피울 수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솟아나는 비흡연자인 내게 뉴욕은 그런 면에서는 참으로 친절한 편이다. 뉴욕에서는 지붕아래에서는 담배가 금지다. 서울에서는 사무실안과 빌딩안에서의 흡연은 강하게 금지되지만, 아직도 바와 클럽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가끔 호흡곤란으로 흡연자 친구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곤 한다. 술을 파는 데 담배를 못 피게 하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삼겹살, 불고기를 한참 구우면서 와인과 소맥을 마시는 뉴욕의 식당 안에서는 불쾌한 담배냄새를 맡을 필요 없다. 만약, 흡연자 뉴요커가 담배가 그립다면? 밖에 나가서 태우고 돌아오면 될 뿐이다. 옆 사람에게 괜한 연기 공격을 주지 말고 말이다. 서울에서야 밥을 먹던 고기를 구어먹던 술을 마시던 커피를 마시던 실내에서 담배를 피고 싶은 자 피우면 된다. 강남역의 서초구권역인 대로변에서 흡연이 금지되어 흡연자가 살기 더욱 어려워진 듯싶지만, 아직까지는 뉴욕보다 서울이 흡연자가 살기에 좋은 듯하다.
뭐라고? 뉴욕에서는 운행중인 전철 안에서 칸 이동하는 게 불법?
처음 뉴욕에 발을 딛은 이들은 뉴욕의 더럽고도 더러운 지하철에 한번 놀라고, 그 지하철이 운행중일 때 칸을 이동하는 것이 불법이란 사실에 또 한번 놀라고 만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을 탔는데 그 칸에 사람이 많거나 또는 내릴 때 갈아타기 편한 칸으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에 지하철이 움직이던 말던 마음대로 칸을 갈아타곤 한다. 하지만, 뉴욕에서는 그러다간 벌금형이다. 워낙 지하철이 노후되어서그런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엄연히 이것 또한 불법이다.
한번은 무더운 여름날,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에서 엘로우 라인을 기다리는데 내 앞에 멈춘 전철칸이 텅텅 비어있는 것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다른 뉴요커들과 함께 왠 떡이냐는 마음에 냉큼 올라탔다가 지옥을 경험했다. 누군가가 큰 실례를 범하고서 그냥 신문지로 대충 덮어놓고 떠나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 칸에 올라탄 나를 포함한 수십명의뉴요커들은 때 아닌 생화학 테러를 당하게 된 셈이다. 그래도 다른 칸으로 이동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다음 역에서 모두 다 함께 내려버리고 말았다. 운행 중인 지하철에서 전동차를 바꾸어 옆칸으로 이동하기 보다는 다음 역에서 내려서 다른 칸으로 가는 것에 길들여져 있으니까 말이다. 서울에서야 언제든지 마음에 안 들면 옆칸으로 이동해버리면 그만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기 힘든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타인과의 원활한 공동체 생활을 위해서 각 집단마다 해도 되는 것이 하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집단이 정해놓은 규칙들과 더불어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가 더해진다면 더욱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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