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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스크랩] 미국 요세미티 최고난도 수직 암벽,맨손 등정 첫 성공 본문
높이 1000미터 암벽 등반을 맨손으로 도전한 두 사내가 정상에 올랐다.
현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El Capitan) 암벽. 전 세계 암벽 등반가들이 등정을 한 번씩 꿈꾼다는 곳이다. 해발 2307미터에 수직 높이가 약 989미터에 이르는 암벽이다. 화강암 단일 암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도전에 나선 등반가는 미국의 토미 콜드웰(Tommy Caldwell·36)과 케빈 조거슨(Kevin Jorgeson·30). 두 사람은 엘 캐피탄 중에서도 가장 난 코스인 동남쪽 ‘돈 월(Dawn Wall·동트는 벽)’을 2주 넘게 공략 중이었다. 로프와 못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맨손 도전은 처음이다. 이곳은 표면이 석회처럼 무르고, 경사가 깎아지른 듯 가파르기로 악명 높다.
작년 12월 27일부터 등반에 나선 두 사람은 14일 오후(현지시각) 정상에 오름으로써 등반 시작 18일 만의 대기록이다.
◆ 맨손 등반은 사상 처음
엘 캐피탄은 암벽 등반가의 성지(聖地)로 불린다. 너도나도 도전에 나서면서 짐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오르는 ‘요세미티식 등반’ 기술이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엘 캐피탄에 가장 먼저 오른 산악인은 1958년 워렌 하딩(1924~2002)이었다. 18개월에 걸친 등반 끝에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돈 월’ 직벽을 따라 엘 캐피탄을 프리 클라이밍(장비 없이 맨손 등반)으로 오른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워렌 하딩만 해도 1970년 돈 월을 오를 때, 로프와 못을 수도 없이 사용해 27일이나 걸려 정상에 올랐다. 이 직벽은 표면이 너무 부드러워 못을 박을 만한 틈도 별로 없다. 성냥개비만한 돌출부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세계적인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돈 월이 특별한 건 이 곳을 오르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등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등반가 톰 에반스는 “이번 도전이 성공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암벽 등반 성공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 손가락 아홉 개로만
▲ 낮에는 햇볕에 달궈진 돌 표면이 너무 뜨거워 공중에 매달린 채로 휴식을 취한다. 휴식 중인 콜드웰/빅업픽처스
등반가 토미 콜드웰은 세 살 때부터 산에 오른 천재 등반가다. 그를 산으로 이끈 건 학교 교사이자 등산 가이드였던 그의 아버지. 부친은 세 살짜리 아들을 배낭에 태우고, 록키산맥의 200피트(약60미터)짜리 암벽을 타기도 했다. 콜드웰이 14세가 됐을 땐 유럽으로 가서 마테호른과 몽블랑에 올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콜드웰을 2014~2015년 ‘올해의 모험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면서 “이 행성에서 제일가는 암벽 등반가”라 불렀다.
콜드웰은 특히 손가락이 아홉 개 뿐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손가락 힘에 의지할 때가 많은 암벽 등반가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2001년 11월 집에서 톱질을 하다가 미끄러져 왼손 검지 손가락이 잘려나간 것. 병원으로 달려가 손가락을 붙였지만, 의사들은 “평생 그 손가락으론 암벽등반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콜드웰은 “그럴 거면 손가락을 다시 떼어달라”고 했다. 손가락 절단 후 그는 아버지와 함께 다른 근육 강화 훈련에 돌입했다. 매일 12마일씩 달렸다. 집 차고를 개조한 연습설에서 매일매일 훈련했다.
◆ 모비딕 좇듯이 5년간 준비
콜드웰이 돈 월 맨손 등반 계획을 세운 것은 2008년. 소식을 접한 조거슨이 동참했다. 두 사람은 5년 동안 엘 캐피탄에서 훈련을 거듭했다. 돈 월의 공략 경로와 전략을 수없이 짰다. 시기는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겨울을 택했다. 다른 계절에는 직사광선 때문에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손의 땀으로 인한 미끄럼도 막을 수 있다. 신발 고무창과 암벽의 저항도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두 사람은 2010년에도 돈 월 등반을 시도했지만 3분의 1지점에서 기상 악화로 중단해야 했다. 조거슨이 2011년 연습 중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12월 27일 콜드웰은 재도전하기 전 NYT에 “이 도전은 나의 모비딕”이라고 했다.
▲ 조거슨은 15번째 피치를 넘어서기 위해 열흘 동안 고군분투했다./빅업픽처스
두 사람은 올해 1월 1일 14번째 피치까지 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15번째 피치가 고비였다. 콜드웰은 곧바로 성공했지만, 조거슨은 일주일 동안 열 한 차례나 떨어졌다. 손가락은 너덜너덜해졌다. 손가락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이틀을 보낸 조그슨은 9일에야 간신히 15번째 피치를 통과했다. 10일엔 16피치와 17피치를 지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가장 어려운 코스로 손꼽히는 구간을 모두 통과한 셈”이라고 전했다.
▲ 맨손으로 단단한 돌 벽을 쥐고 이동하면서 암벽가들의 손가락은 너덜너덜해졌다. 피투성이가 된 조거슨의 손/빅업픽처스
영화제작사 빅업픽처스(Big Up Pictures)는 수년 동안 두 사람의 도전기을 기록 영화로 찍고 있다. 이번 등정 모습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 페이스북에도 등정 과정을 전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들의 대변인 제스 클레이턴의 말을 인용해 “두 사람이 14일 저녁쯤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리 클라이밍: 로프와 못 같은 장비을 사용하지 않는 등반 기술. 밧줄은 추락을 막기 위한 용도로만 쓴다.
▶피치(pitch): 등반로 의 한 구간을 이르는 말. 본래 등반가들이 팀을 이뤄 올라가다가 도중에 자리를 잡고 쉴 수 있도록 유지하는 거리를 뜻한다. 로프 길이가 기준이다. 암벽 등반에서는 60미터 로프를, 빙벽 등반에선 100~120미터 로프를 많이 쓴다. 콜드웰과 조르게슨이 돈 월을 통해 엘 캐피탄에 오르는 경로는 총 32피치로 전해졌다.
(글 : 조선비즈 / 사진 : 빅업픽처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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