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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능소화 凌?花 : 임금을 기다리다 죽어 피어난 꽃 본문
능소화 凌霄花
능소화가 한창인 계절이다.
능소화는 줄기는 무엇이든 감고 높이 올라가고,
꽃은 소라고동 처럼 귀를 열어 두고 있다.
능소화 凌霄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嬪이 되어 궁궐의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소화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여러 빈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궁궐의 가장 외딴 곳까지 뒤밀렸다.
소화는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임금이 찾아주기만을 마냥 기다렸다.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상사병과 영양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장례도 화려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소화는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하니,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하였다.
여름이 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소화는 한 그루의 풀로 자라나
담장너머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려고 높게 뻗어 오르고
조금이라도 임금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을 피웠으니
그것이 바로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 능소화이다.
능소화,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만지다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고 한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 능소화... 이제 한창 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백李白(701-762)의 시詩 중에도 이런 것이 있다.
玉階怨 궁녀의 한
玉階生白露 옥으로 만든 계단에 흰 이슬이 맺히니
夜久侵羅襪 비단 버선 신은 발이 밤새도록 시립니다.
却下水晶簾 구슬 달린 얇은 발을 힘없이 내리고
玲瓏望秋月 휘영청 밝은 달을 넋 없이 바라봅니다.
* 羅襪 : 나말, 비단 버선
玉階 : 옥계는 대리석이나 화강암으로 만든 대궐의 층계를 말하는 것이니,
옥계원은 궁중에 사는 여인의 한을 노래한 것이다.
궁녀가 계단 위에 서서 황제가 찾아오기를 발이 시리도록 기다리고 있으나,
기다리는 임은 오지를 않는다.
이런 시를 <궁원宮怨>이라고 하는데, 뛰어난 작품이다.
전원의 풍물을 읊은 오언시에 능했던 구위丘爲(694-789)의 시에,
左掖梨花 배꽃
冷艶全欺雪 차고 고운 꽃잎은 눈인 양 희고
餘香乍入衣 그윽한 향기가 옷 속으로 스며드네.
春風且莫定 봄바람이 솔솔 지향 없이 불어와
吹向玉階飛 임 계신 옥계단으로 날려 보내네.
* 좌액左掖은 문하성門下省으로, 그곳에 핀 배꽃을 읊은 시이다.
배꽃의 냉염한 모습과 그윽한 향기를 노래하면서
배꽃잎이 바람에 실려 황제가 사는 옥계단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이 배꽃은 <궁중의 꽃>인가 ?
임금에게 버림 받기는 재상들에게도 있는 일이다.
당나라 시인 장구령張九齡(673-740)은 현종 때 명재상이었으나
현종의 생일에 <천추금감록千秋金鑑錄>이란 글을 지어
전 왕조의 흥망성쇠를 논함으로써 귀감을 삼고자 하였다.
이것이 측근들의 비위를 건드려 벼슬에서 물러났다.
自君之出矣 당신이 떠난 후로는
自君之出矣 임께서 제 곁을 떠난 뒤부터
不復理殘機 다시는 베틀에 앉지 않았었지요.
思君如滿月 임 계실 때 떠오른 환한 보름달이
夜夜減淸輝 밤마다 여위더니 빛을 잃었습니다.
* 殘機 : 짜다 말고 내버려둔 베틀
장구령은 자신의 마음을
임을 보내고 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여자의 마음을 빌려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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