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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얼음골 케이블카 산행 본문

산행지도(울산근교)

영남알프스-얼음골 케이블카 산행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12. 4. 17:01

케이블카 상부역사~ 사자봉~ 수미봉~ 고사리분교터~ 층층폭포~ 흑룡폭포~ 표충사… 약 10km, 5시간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가 사업을 추진한지 14년만인 9월 22일부터 상업운행에 들어갔다.

케이블카 사업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당연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된 얼음골이 자리한다.

얼음골은 이상기온 지대로 3월 초순경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이 넘어서까지 유지된다.

겨울철이 되면 주변계곡물이 잘 얼지 않고 오히려 바위틈으로 더운김이 나오기까지 한다.

이러한 탓에 2007년 노선을 변경해 재추진되었고, 2010년 1월 공사가 시작되어 최근에 완공했다.

하부승강장에서 상부승강장까지의 선로 길이가 1.8km에 달하는데 현존 국내 최장거리 왕복식 케이블카다.

환경파괴 논란 속에 개통된 케이블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며 케이블카가 위치한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로 향했다.

↑ 사자봉 가는 길에 펼쳐진 넓은 억새평원이 바야흐로 가을을 알리고 있다.

 


단숨에 1020m 고지로 안내하는 케이블카

도착한 케이블카 하부역사의 외관은 네모반듯한 건물에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모습이다.

건물의 반쪽은 매표소와 매점 테라스로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 반쪽은 두 개의 케이블카가 건물 내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습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매표소 주변에는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주말이면 1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사람이 많을 경우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얼음골이나 호박소를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대인 왕복권은 9,500원, 편도권은 7,000원이며 초등학생 이하의 소인권은 각각 7,000원,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케이블카의 탑승정원은 50명으로 빼곡히 서서 가야했다. 상부역사까지의 소요시간은 10여분정도.

아래서 올려다 본 것보다 꽤 긴 거리로 연결된 게 최장거리라 불릴만했다.

걸어서 올라오려면 1시간은 넘게 걸릴 것을 10분 만에 해발 1020m에 위치한 상부역사에 도착했다.

사실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다지 특별한 감흥을 줄만큼은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백운산에 호랑이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이름 지어진 백호바위를 안내원이 설명해준다.

사실 말하지 않았으면 특별히 몰랐을 바위의 형상을 찾느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케이블카를 타는 가장 큰 이점은 고지까지 단숨에 올라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올라올 수 있으니 산행보단 관광이 목적인 사람들에게는 당연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겠다.

↑ 국내 최장거리 왕복식 케이블카로

 


해발 1000m가 넘어서인지 제법 바람이 부는 게 쌀쌀하다. 이젠 짧은 산행이라도 긴팔재킷 하나정도는 챙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렇게 가을을 느끼며 테라스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10분정도 가다보니 녹산대라 불리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로 가득찬 녹산대를 지나 길을 계속 이어나갔다. 데크길 양 옆으로는 군데군데 얼룩말, 판다, 앵무새 등의 동물조형물들이 놓여있었다.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부조화된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데크길은 얼마가지 않아 끝나고 흙길이 이어졌다. 곧이어 억새평원이 펼쳐졌다.

가을이면 억새평원으로 유명한 영남알프스답게 반짝이는 은빛너울이 펼쳐졌다. 억새사이로 길을 가다보니 샘물산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정표에 따라 천황산 방면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억새는 잠시 보이지 않고 그 자리를 사람 키보다 조금 큰 나무들이 길옆으로 심어져있다.

 

사람 한명 통과할만한 좁은 길을 따라 5분정도 산길을 오르니 커다란 등산안내지도가 나온다.

 케이블카 상부역사 지점부터의 소요시간은 따로 표시되어있진 않았는데 30여분정도 소요되었다.

등산안내지도에 표기된 현재위치부터 천황산까지의 소요시간은 30분으로 생각보다 가까운 느낌이다. 케이블카로 왕복탑승 할 경우 전망대까지만 갔다

하산하기보단 천황산까지만 왔다 가더라도 억새평원의 멋스러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산은 산인지라 점점 체온이 올라 열이 나고 숨도 차오르기 시작한다. 나무 사이로 가다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이더니 눈앞에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초반에 보았던 평원과는 규모부터가 다른 억새평원을 만날 수 있다.

나무에 햇빛이 가려져 있다 빛을 봐서 그런지 눈이 부시면서 새로운 마을을 발견한 듯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나무 그늘 없이 그대로 내리쬐는 햇빛에 억새들은 오히려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다. 따사로운 햇빛과 달리 간간히 부는 가을바람은 차갑게 느껴진다.

 

천황산까지 억새가 쭉 펼쳐진 평원의 모습을 보니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처럼 마음도 함께 설레기 시작한다.

억새 사이로 나무데크가 천황산 올라가는 길까지 정비되어있다.

양옆으로 펼쳐진 억새를 바라보기만은 너무 아쉬운지 너도나도 데크를 벗어나 억새평원의 바다로 뛰어든다.

억새사이사이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안쪽으로도 사람들이 지나다닌 길이 나있다.

↑ 넓은 억새평원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나무 한그루가 인상적이다.

 


억새꽃에 더욱 빛나는 사자봉

데크길을 따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억새를 손끝에 느끼며 천황산(1189m)에 올랐다. 천황산에 오르자 바람이 제법 분다.

정상에는 천황산이라 새겨진 정상비와 돌무더기처럼 보이는 돌탑이 쌓여있다. 사실 천황산은 재약산의 정상 사자봉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일본인들의 실수로 사자봉이 재약산과 별도의 산으로 분리되어 간주되었고, '천황'이라는 일본식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야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천황산이란 이름대신 사자봉이란 이름을 쓰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원래 재약산이라 불리는 봉은 수미봉으로 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행표지판 등에는 천황산과 사자봉이란 이름이 혼재돼 오히려 혼란을 주기도 한다.

사자봉은 바로 아래 사자 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억새꽃이 마치 사자의 갈기 같은 게 너무도 어울린다.

사자봉에서 수미봉으로 넘어가는 능선에는 이전과 다른 또 다른 느낌의 산길이 이어진다.

 억새밭만 넓게 펼쳐져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다소 험한 돌길이 이어진다.

돌이 많아 그런지 가는 길목에 돌무더기 탑이 곳곳에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위와 억새가 어울려진 길을 따라 내리막을 이어간다.

주변으로는 산과 산이 겹쳐져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저 멀리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의 풍광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 해준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따라 25분정도 내려 가다보니 어느새 나무데크로 정비가 되어있고 '털보산장'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 가는 길목에 있는 돌무더기 탑 너머로 천황재의 모습이 보인다.

 

↑ 천황재 가는 길에는 거대한 암벽과 억새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천황재라 불리는 이곳에 자리 잡은 털보산장에서 이름과 꼭 닮은 주인장을 만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케이블카 타고 올 때 큰 배낭을 메고 올라와 눈에 띈 분이였다. 종주산행을 한다 해도 저렇게 많은 양의 짐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산장에 오는 등산객들을 위한 양식이었다. 이곳에 산장이 생긴지 14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은 무거운 짐 탓에 세 시간 가까이 산행을 해야 산장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1시간 정도면 올 수 있어 많이 편해졌단다. 그렇지만 자주 이용한다고 특별한 혜택은 없고, 다른 등산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돈을 지불한다.

 

가을의 명소인 만큼 9~11월 사이에 등산객이 몰리고, 특히 주말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른 시기에는 발길이 뜸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한다. 그만큼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많은 등산객 유치를 기대하는 바도 크다.

아쉬운 게 있다면 사람들이 몰릴수록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특별히 쓰레기를 처리함에 있어 관리대책이 미비해 안타깝다고… 가을철 많은 등산객이 찾아와주는 이면에는 쓰레기의 문제가 항상 거론된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곳에 쓰레기를 버릴 경우 줍기라도 편할 것을, 눈에 잘 안 띄는 풀숲 등에 버릴 경우 더 골치 아프다.

천황재는 넓게 정비해둔 테라스 덕에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비박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한만큼 다음사람들을 위해서 깨끗한 뒷정리가 병행되어야한다.

재약산이라 불리는 수미봉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억새 사이로 길을 가다 어느새 나무가 있는 숲길로 들어간다.

좁은 산길에 암릉 구간도 함께 있어 조금은 험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20분정도 걷다보니 재약산까지 0.2km 남았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커다란 바위들이 보이더니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수미봉 정상에는 재약산 글자가 새겨진 정상비가 암벽 위에 놓여있다.

수미봉 정상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암벽에도 이미 먼저 온 등산객들이 자리를 점령하고 능선구경에 빠져있다. 두 바위를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간다.

하산길이긴 하지만 바위가 많고 경사가 가파르다. 나무계단으로 정비된 길이 군데군데 있어 그나마 위험을 낮춰주고 있었다.

중간 중간 억새를 계속 마주하며 길을 내려간다. 억새만 있었다면 자칫 심심하고 밋밋할 수 있을 텐데, 예상치 못한 바위들과 나무들이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옛 역사가 숨 쉬는 길

갈림길 이정표에 따라 고사리분교 방향으로 길을 이어나간다. 7분정도 가다보니 이제는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샘터가 보이고, 곧이어 넓은 터가 나온다.

고사리분교(상동초등학교 사자평분교)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억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996년 폐교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780m)에 위치한 학교였다.

수백 년 전, 살길을 찾아 이곳에 정착한 한 형제가 터를 잡고 고위평탄면을 일궈 화전을 시작했다.

그 후 소문을 듣고 차츰 모여든 백성들에 의해 마을이 형성되어 한 때 20여 가구에 120명이 넘는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억새밭이 펼쳐진 드넓은 평원을 생활터전으로, 일교차가 커 벼농사보다는 메밀과 감자 등의 밭농사를 주로 했다.

사람들이 한때 살다 떠난 곳이라 그런지 억새들마저 뭔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 고사리 분교를 지나고 만난 계곡과 오색단풍나무

 

층층폭포 가는 방향에는 억새는 차츰 자취를 감추는 대신 울긋불긋한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길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는 계곡물이 가을의 시원함을 더했다. 표충사로 하산하는 길에는 두 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로 만나는 폭포는 층층폭포다. 까마득한 폭포 두 개가 연이어 떨어지는데 영남알프스 제일의 폭포다운 기세다.

상부와 하부가 각각 35m, 20m로 거대한 규모와 힘찬 물줄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상부폭포 물줄기가 떨어지는 자리에 현수교가 놓여 있는데, 하부폭포는 발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어 아쉽다.

두 번째로 만나는 폭포는 흑룡폭포다. 층층폭포에서 30분정도 하산하면 만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등산로와 멀리 떨어져 있어 난간 너머로 멀찌감치 내려다볼 수밖에 없다. 대신 한눈에 장대한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져 내린다.

상부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져 소(沼)를 만들고, 그 소에서 넘친 물줄기가 또다시 하부 물줄기가 되어 쏟아지니 절경을 뽐내고 있다.

이 두 폭포 외에도 무명폭포가 이곳저곳으로 흐르고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도 그만일 것 같다.

계곡물을 따라 하산길이 이어지는데 거친 돌바닥부터 다시 걷기 좋은 흙길까지 다양한 산길이 이어진다.

흑룡폭포에서 40분정도의 하산길이 이어진 뒤 마지막 종착점인 표충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표충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320여 년 전(서기 654년) 신라 진덕여왕8년 원효대사께서 창건했다.

 국보75호인 청동함은향완을 포함, 보물 삼층석가여래 진신사리탑과 사명대사의 유품 등이 보존되어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실되고 재건된 부분도 곳곳에 있지만 표충사 주변을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사찰을 지켜주는 것 같다.

오늘날 표충사는 옛 선조들의 미덕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역사의 공간이 되었다.

케이블카는 훗날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산행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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