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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ㅁ귀신쫓던 놀이가 세계인의 축제로…불꽃놀이의 역사 본문
"당 태종 이세민(627~649)은 재위말 충직한 재상 '위징'을 사악한 용에게 잃었다.
신하가 죽고 악귀에게 공격받을 위기에 처하자 태종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그 때 그의 앞에 한 승려가 나타났다.
그는 조그만 대나무 통에 특별한 약초들을 넣은 뒤 용에게 던졌다. 그러자 그 조그만 통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났고,
용은 놀라 달아나버렸다. 그 뒤 사람들은 승려를 기려 4월 18일이 되면 제사를 지냈다."
오늘날 밤 축제를 환하게 비추는 '불꽃놀이', 그 가장 오래된 흔적은 중국의 전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민간 전승은 10세기경 후난성 류양시 인근에 살던 리 티엔이란 승려가 최초로 폭죽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당시의 불꽃놀이는 악한 귀신을 몰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어져 종교행사, 아이의 탄생일, 새해 첫날 등에 주로 행해졌다.
리 티엔은 전설 속에서 악한 귀신을 쫓아내고 백성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 인물로 그려진다.
중국의 '귀신퇴치' 풍습, 유럽을 홀리다
1749년 영국 왕실이 주최한 불꽃놀이의 모습.중국에서 불꽃놀이 기술은 독립적인 분야로 발전했다.
폭죽 제작업에 종사한 이들은 대우받는 기술자였다. 덕분에 백성들은 송나라때부터 시장에서 여러 종류의 폭죽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큰 규모의 행사도 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1264년 남송의 황제 이종이 죽고난 뒤 열린 행사에선 "로켓장치로 쏘아올려진
불꽃놀이 도구가 태후를 놀라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1240년 화약이 중국으로부터 아랍에 전해지자 불꽃놀이도 함께 전파됐다.
시리아인 '하산 알라마'는 자신의 책에 로켓과 불꽃놀이 등에 대해 서술하며 "중국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불꽃놀이를 '차이니즈 플라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르코 폴로가 화약을 전파하면서 유럽의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14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성 요한 축제에서는 입에서
불을 뿜는 인형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유럽에서 불꽃놀이의 시초로 전해진다.
1758년에는 베이징에 와 있던 예수회 선교사 피에르 니콜라스 체론 댕카르빌이 중국의 폭죽 제조법을 서술해 파리의 과학아카데미에
보냈다. 이 기록은 5년뒤 출판됐고 유럽에서 불꽃놀이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대만 & 10710;타이베이 101 & 10711;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모습
형형색색, 발전된 불꽃 효과들
오늘날 불꽃놀이에서 볼 수 있는 색색의 불꽃들은 전문용어로 '스타'라 불린다. 소형 스타는 빨리 타면서 작은 불꽃을 만들고,
대형 스타는 천천히 타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은색의 꼬리를 남기며 하늘로 올라가는 불꽃은 '코메트'(혜성)라 부르기도 한다.
불꽃놀이가 처음 행해질때는 노란색의 불꽃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화학 기술이 발전된 오늘날은 여러 색깔을 볼 수 있다.
불꽃놀이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첨가하는 원소에 따라 달라진다. 바륨은 녹색을 만들고 스트론튬은 빨강, 칼슘은 주황, 나트륨은 노랑, 구리는 파랑색을 만든다. 원소들을 조합하면 또다른 색을 만들 수 있다. 구리와 스트론튬을 혼합하면 보라색이 된다.
불꽃의 효과들도 다양해졌다. '피오니'부터 '크리샌서멈', '팜' 등 일반적인 효과들로부터 '링' '피시' '하리모노'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이색 효과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불꽃의 모양 뿐 아니라 소리 역시 설계를 통해 완성된다.
'살루트'라 불리는 불꽃탄은 불꽃놀이 특유의 큰 폭음을 만들어내며, 알루미늄 등의 금속 박편들은 지직거리는 소리를 만들 수 있다.
탄피에 구멍을 뚫으면 휘파람 소리를 연출할 수 있다.
불꽃놀이의 효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오니, 크리샌서멈, 팜, 하리모노, 피시, 링.
'크리샌서멈'(국화) : 공중에서 둥근 공 모양으로 터지는 불꽃. 각각의 불꽃에 꼬리 잔영이 있어 얼핏 보면 국화꽃을 연상케 한다.
'피오니'(모란) : 크리샌서멈과 비슷하지만 꼬리 잔영이 없어 둥글둥글한 모란꽃을 연상케한다.
불꽃축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효과 중 하나.
'팜'(야자) : 굵고 긴 꼬리를 그리며 날아간 뒤 공중에서 터지는 불꽃. 야자수처럼 보인다. 조그만 스타들을 더 첨가해 폭발시키면
코코넛이 달린 야자수같은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링' : 공중에서 폭발했을때 반지 모양을 그리는 불꽃. 이를 응용해 미소짓는 얼굴이나 하트, 클로버 등의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피시' : 폭발한 뒤 남는 여러불꽃이 다양한 방향으로 흩어지는 효과를 가진다. 물고기가 물 속을 돌아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리모노' : 나이아가라로도 불린다. 긴 꼬리를 그리며 날아가는 불꽃아래로 빛줄기가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낮에도 불꽃놀이를 즐기는 시대
오늘날 불꽃놀이는 화학적 기술이 접목된 '예술'로 승화했다.
쇼를 기획하는 이들은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마치 동영상을 편집하듯 배경음악에 각각의 불꽃 효과들을 맞춰간다.
영국·미국·중국·일본 등의 국가들은 '불꽃 강국'으로 꼽히며 매해 음악이 어우러진 진기한 쇼를 선보이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에서 열린 불꽃놀이 모습.
건물과 곁들여진 불꽃축제도 눈길을 모은다. 예전이라면 안전을 이유로 하기 힘든 시도지만, 기술이 발전한 요즘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특히 대만의 '타이베이 101' 빌딩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는 인상적이다. 건물에서 나오는 불꽃이 건물 자체의 조명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진화하는 첨단 기술은 대낮의 불꽃놀이도 가능케 했다. 지난해 중국 예술가 '차이 궈 창'은 카타르에서 대낮에 불꽃놀이를 펼쳐 보였다. 창은 당시 마이크로칩이 장착된 첨단 화약과 페인트 등을 이용해 태양이 떠 있는 하늘에 '화약 무지개'를 만들었다.
기술의 진보가 시간적인 제약마저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중국 예술가 차이 궈 창이 선보인 대낮 불꽃놀이 쇼.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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