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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솔향기 길 본문

충청도(충남,북,대전)

태안반도 솔향기 길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6. 11. 10:26

 

소나무숲과 바다가 맞닿은 태안반도 '솔향기길'을 걷다
3개 나란히, 바위섬엔 형제의 효심이 담겼다

길(道)은 원래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숱하게 밟고 간 자리에 풀숲이 걷히고 바닥이 드러나면 길이 된다.

길마다 사람의 흔적과 사연이 남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충남 태안의 '솔향기길'도 원래는 길이 아니었다.

그저 해안가를 따라 해송(海松)을 이불처럼 덮은 능선이 끊일 듯 이어진, 이름 없는 한적한 어촌이었다.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나자 이곳 해안은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다.

인적이 드물었던 솔향기길에 사람의 발길이 잦아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기름을 닦으러 나선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숲을 헤치고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시커멓던 바위가 닦이고 씻겨 제 빛깔을 찾아가면서 어느새 그곳에 길이 생겼다. 한쪽으로는 소나무숲,

다른 쪽은 바다를 끼고 걸으며 서해안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됐다.

 

◇해안가 길 정상에선 파란 하늘 반 파란 바다 반

솔향기길의 시작은 태안반도 북쪽 끝 만대(萬垈)항이다.

지명은 '많은 사람들이 살 곳'이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작고 아담한 포구마을이다.

포구가 끝나는 곳에서 솔향기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산길로 첫 발걸음을 뗀다. 산길에는 지난 겨울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솔잎이 황갈색으로 덮여 있다.

얼마 안 가서 나타나는 오르막길에 호흡이 가빠지지만 크게 숨을 들이쉴 때마다 짙은 솔향이 콧속을 파고든다.

 코에 솔향이 감돈다면, 귀에는 서해 바다 파도소리가 닿는다. 굽이굽이 난 숲길은 나지막한 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해안가 길인만큼 정상에서 마주하는 것은 파란 하늘이 아닌 푸른 바다다.

숲길을 따라 700m 정도 걸어가면 '해변길로 가시오'라는 팻말이 나온다.

동시에 산속 풍경은 어느새 맨질맨질한 자갈 해안으로 바뀐다. 아기 주먹만한 자갈은 밟힐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 파도도 잔잔하게 잦아드는 느낌이다.

 

▲ 삼형제 바위는 바닷가로 일을 나간 뒤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를 기다리던 형제들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세 개의 바위섬이 나란히 서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하나로 겹쳐 보이기도 한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태안 해안가 바람은 센 편이 아니다. 바람이 거셌다면 해송들이 바다 반대쪽으로 누웠을 테지만, 솔향기길 해송들을 하늘을 향해 직립하고 있다.

해안을 지나 다시 접어든 숲길. ‘붉은 앙뗑이’와 ‘중떨어진 앙뗑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앙뗑이’는 가파른 곳을 뜻하는 태안 지역 사투리다.

‘붉은 앙뗑이’는 흙과 돌이 붉어 붙여진 이름이지만, ‘중떨어진 앙뗑이’는 나무열매를 따던 중이 절벽에서 떨어졌다는 믿기 힘든 유래를 담고 있다.
가장 가파른 구간은 당봉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00여m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에 능숙한 등산객들도 땀을 뻘뻘 흘린다.

흐르는 땀은 전망대 한쪽에 운치 있게 놓여진 정자에서 매끄럽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식힐 수 있다.

 

당봉·근욱골해변·칼바위를 지나면 가마봉이 나온다. ‘가마봉’이라는 안내판을 끼고 돌아서면 펼쳐지는 바다는 한 폭의 수채화다.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태양이 서해 바다 위로 햇빛을 쏟아낸다.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 위에서 어선 한 척이

 서서히 멀어지더니 검은 점으로 사라진다.

 

◇승천하지 못한 용이 굳어버린 망부석

솔향기길에는 전설도 많다. 만대항에서 출발해 처음 만나는 해안에는 작은 바위섬 3개가 나란히 서 있다.

‘삼형제 바위’다. 홀로 아들 3형제를 키우던 한 여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조개를 잡으러 바다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아들들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솔향기길 중간지점에 있는 여섬은 옛날 조상들이 인근 섬들에 이름을 붙일 때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으로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름이 섬의 운명이 됐다.

 1999년 여섬 인근에 이원방조제가 생기면서 방조제 안쪽에 있던 다른 섬들은 모두 육지가 됐고, 여섬 홀로 ‘섬’으로 남았다.

 

펜션단지 근처에 있는 해식동굴은 용이 나왔다고 해서 ‘용난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옛날 용 두 마리가 이 굴 속에서 함께 도를 닦으며 승천을 기다렸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하지만 하늘로 오른 것은 한 마리뿐. 승천에 성공한 용은 굴 입구에 하얀색 비늘자국을 남겼지만,

실패한 용은 굴 앞에서 한을 품고 바위가 돼 망부석이 됐다고 한다.

만대항에서 여섬·용난굴을 지나는 솔향기길 1구간은 총 10.2㎞다.

 이 구간은 태안 원유유출 사고 때 방제작업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차윤천(61)씨 주도로 만들어졌다.

 차씨는 “해안가에 기름을 닦으러 가는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을 도우려고 곡괭이로 길을 내던 게 지금 솔향기길이 됐다”고 했다.


 

▲ 용이 승천을 기다리며 도를 닦았다는 용난굴. 18m 길이의 굴 안에서 내다보니 태안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태안군은 2009년부터 차씨의 뜻을 이어 솔향기 길을 4구간으로 늘렸다.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서 가로림만을 거쳐 이원방조제까지 이어지는 2구간(9.9㎞)과, 밤섬 선착장과 해송이 아름다운 3구간(9.5㎞)도 볼거리다.

4구간은 새섬부터 청산포구를 거쳐 갈두천까지 12.9㎞로 아담한 항구와 어촌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태안 여행 포인트]

 

◇이원방조제 희망벽화

충남 태안군 이원면 이원방조제에 그려진 '희망벽화'는 2007년 12월 원유유출사고를 극복하고 되찾은 희망을 표현했다.

길이 2.7㎞, 높이 7.2m, 면적 1만9440㎡로 전 세계 방조제 벽화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태안 갈매기, 바다생물, 파도 등을 담은 49개 작품이 2㎞에 걸쳐 그려져 있고, 나머지 0.7㎞ 구간에는

사고 당시 방제작업에 힘을 보탰던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의 손도장이 등장한다.

 

◇두웅습지

원북면 신두리 두웅습지는 해안가 사구(沙丘·모래언덕)에 만들어진 습지다. 면적이 6만5000㎡에 달하고,

2007년 국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습지(람사르 보존 습지)로 등록됐다.

멸종위기에 처해 보존가치가 높은 금개구리·흰뺨검둥오리·표범장지뱀·아기마름 등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원시 자연을 학습할 수 있도록 입구에서부터 안쪽의 정자까지 150m 정도 나무길이 깔려 있다.

 

◇신진도

서해에서 잡히는 오징어가 모이는 곳이다. 봄이 되면 신진도 안흥외항에서 출발하는 안흥 유람선도 이용할 수 있다.

외항을 출발해 마도·사자바위·가의도·독립문바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6월부터는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의 번식지로 유명한 난도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도 새로 생긴다.

 

◇꾸지나무골·파도리 해변

태안에는 만리포·몽산포·꽃지 등 이름난 해변이 많다. 하지만 여행 고수들은 꾸지나무골·파도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을 더 선호한다.

이원면 꾸지나무골 해안은 솔향기길 1구간 끝 부분에 있다.

입구에 짙게 우거진 솔 그늘을 지나면 '아늑하고 정겹다'고 할 만한 작은 백사장이 나온다.

주변 산에 '꾸지뽕'(오디)이 많아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소원면에 있는 파도리 해안은 태안의 다른 해안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붉은 갯바위와 절벽이 바다를 감싸고 있다.

여행객들에게는 전북 부안 변산바다의 적벽강을 닮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행·수·첩

우럭젓국과 간장게장이 있으면 밥 한 공기로 부족하다.

태안의 토속음식 우럭젓국은 봄·가을 해풍에 사흘간 말린 우럭으로 끓인 맑은 국이다.

말린 우럭을 한 번 쪄낸 후 쌀뜬물을 넣고 두부와 청홍 고추 정도로만 맛을 낸다.

느끼하지 않고 짭조름한 국물은 해장국으로도 일품이다.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은 태안 여행의 별미가 된 지 오래다.

태안 주민들과 미식가들이 꼽는 맛집 ‘토담집’(041―674―4561)은 매년 봄 꽃게를 잔뜩 사서 얼려놓고 수시로 게장을 담근다.

벌집을 넣어 비린 맛을 잡아냈고, 직접 담갔다는 간장은 달달한 맛이 난다.

 

서해라면 낙조(落照)다. 붉게 물든 낙조를 찍을 때 섬 하나 넣고 싶다면 ‘여섬’이 제격이다.

솔향기길 1코스 중 가마봉전망대와 펜션단지 중간에 있다. 20m 높이의 작은 섬으로, 밀물이 되면 바위를 때리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가 장관이다.

물이 빠지면 50여m의 바닷길이 열려 섬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해안으로 내려가서 여섬을 올려보고 찍는 것보다 길 위에서 섬을 내려보는 구도가 파도의 움직임과 하늘빛을 함께 담기에 좋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서산IC나 해미IC에서 나와 태안읍에 들어온다.

홍성IC로 나왔을 때는 AB지구 방조제를 지나서 태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태안읍에서는 원북면을 거쳐 이원면 만대항 방면으로 가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태안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터미널 뒤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원북·이원 방면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만대항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 50분까지 하루 7차례 운행된다.

 버스운행 문의는 태안여객(www.taeanbus.co.kr 041-675-6672)

 

●태안군청 www.taean.go.kr, 041-670-2797
태안군 음식·숙박 가격표시제 홈페이지(price. taean.go.kr)

 

가로림만 한가운데에 웅도라는 작은섬이 있다.

해안선 길이 5km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광활하게 드러나는 갯벌이 장관이다.

갯벌의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다.

풍요롭고 기름진 갯벌에 토해놓는 석양의 빛은 웅도를 최고의 일몰 여행지로 꼽게 만든다.

물기 촉촉한 갯벌에 붉게 스며드는 석양이 가슴에 진한 기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