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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구룡사 금강송길(펌)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9. 6. 21:15

치악산 구룡사 금강송길

계곡 물소리를 따라 산속으로 접어들자 청량한 기운과 숲 향기가 다가왔다.

야트막한 능선으로 둘러싸인 계곡 양옆으로는 황금색의 금강소나무들이 빼곡하다.

다른 소나무들과 달리 중간에 가지가 별로 없고 쑥쑥 뻗어 하늘을 가릴 정도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기슭에 자리한 구룡사로 이어지는 금강소나무길이다.

             치악산 기슭에 자리한 구룡사 앞길에서 송강 스님(오른쪽)과 템플스테이 참여자가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gokorea21@chosun.com

치악산은 이름에 '악(岳)' 자가 들어 있을 정도로 험한 산세지만, 구룡사 매표소에서부터 구룡사로 이어지는 900m 정도의 이 길은

길지 않은 데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들이 투명한 계곡 물과 어우러져 숲의 그윽한 정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숲길을 걷는 내내 맑은 물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계곡 따라 걷는 길

금강소나무길에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많다. 길 초엽에 '황장금표(黃腸禁標)'라는 표지가 눈에 띈다.

말 그대로 황장목을 베지 말라는 경고를 새긴 돌로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궁궐을 짓는 데 사용했던, 줄기가 곧고 재질이 단단한 금강소나무를 말한다.

치악산은 예부터 '황장봉산'이라 불릴 정도로 금강소나무가 많았고, 이곳에서 벤 금강소나무는 한강 수로를 이용해 한양으로 보냈다고 한다.

맑은 구룡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구룡사 일주문을 만난다.

 길옆으로 금강소나무들이 도열한 가운데 우뚝 선 일주문은 고찰(古刹)의 위용을 드러내는 듯 당당한 모습이다.

길 중간에는 도력 높은 스님들의 사리나 유골을 넣은 10여개의 부도탑이 푸른 이끼를 뒤덮어 쓴 채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숲길은 금강소나무 사이로 고로쇠나무, 참나무, 서어나무 등 활엽수들이 섞여 있어 숲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길은 느릿느릿 걸어야 제맛이다. 부드러운 흙길이라 맨발로 걸어도 좋다. 여름 행락객들이 다녀간 금강소나무길은 적막했다.

아니, 잠시 걸음을 멈추니 계곡 물소리와 매미 울음소리가 사위에 가득하다.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홀로 생각에 잠겨 걸으면 귀를 가득 메웠던 계곡 물소리도 어느새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스윽~' 불그스름한 빛깔의 뱀 한 마리가 흙길을 가로 질러간다.

이 산에는 자기를 희생해 선비의 은혜를 갚은 꿩의 보은설화가 전해지는데, 꿩과 구렁이는 치악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인근에 멸종위기종인 구렁이를 기르는 인공 증식장도 있다.

금강소나무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구룡사가 있다. 치악산 능선 밑 경사지에 자리하고 있다.

구룡사 앞에는 수령 200년을 넘긴 잘 생긴 은행나무가 부챗살처럼 가지를 뻗고 웅장한 자태로 서 있다.

사찰 앞은 보라색 꽃을 피운 칡꽃 향기가 진동했다. 얼핏 라일락 향기 같은데, 톡 쏘는 향이 더 강하다.

사천왕문을 통과해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간 뒤 보광루 아랫부분에 트여 있는 가운데 칸으로 들어가면 대웅전이 나온다.

보광루에 오르니 맞은편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홉 마리 용이 살던 곳

구룡계곡에 있는 구룡소. 이끼에 덮인 바위와 숲으로 둘러싸여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한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gokorea21@chosun.com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8년(668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절로 그 오랜 역사에 걸맞게 여러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지금의 대웅전 터에는 용 아홉 마리가 살고 있는 큰 연못이 있었는데, 의상대사가 용을 쫓아내고 연못을 메워 절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해서 구룡사(九龍寺)라고 불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와 사찰이 쇠퇴하자 '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바위를 부쉈더니 오히려 신도가 더 줄어들었다.

급기야 절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도승 한 분이 나타나 절의 운을 지켜주는 거북바위 혈맥을 다시 이으라고 해서

절 이름에 아홉 '구(九)'자 대신 거북을 뜻하는 '구(龜)자'를 써서 구룡사(龜龍寺)로 바꾸었다고 한다.

사찰 입구 구룡교 네 귀퉁이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이, 양쪽 중앙부에는 거북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구룡사 아래 계곡에 있는 구룡소에도 용의 전설이 내려온다. 의상대사에게 쫓겨난 아홉 마리 용 중 여덟 마리는 동해로 달아났으나

그 중 한 마리는 눈이 멀어 이곳에 살다가 나중에 승천했다고 한다.

이끼에 덮인 바위와 나무로 둘러싸인 구룡소는 초록 물빛을 머금고 있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신비스러운 풍경을 보여준다.

구룡소에서 세림폭포로 오르는 계곡길 2.1㎞ 구간은 산책하듯 쉽게 등산할 수 있는 코스다.

세림폭포에서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까지는 사다리병창길(2.7㎞)이라는 험난한 경사의 바위길로, 비로봉으로 가는 가장 험난한 코스로 알려져 있다.

마음 여행 떠나는 '템플 스테이'

구룡사에는 불자 외에도 많은 사람이 몰린다. 맑은 자연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마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구룡사는 2002년 템플스테이를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절 중 하나다.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체험형은 10명 이상의 단체가 신청했을 경우 진행된다.

새벽 예불, 발우 공양, 참선, 범종치기, 다도, 108염주 만들기, 한지공예 등 스님의 수행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송강 교무스님은 "스님들과 1~2시간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장 인기"라며 "가족이나 친구끼리 하루 이틀 푹 쉬며

마음의 평온을 얻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구룡사에서 세림폭포에 이르는 계곡은 템플스테이 수행자들이 물과 새소리를 듣고 숲 속을 거닐며 명상하는 코스로 인기다.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금강소나무길은 도시에서 머리를 가득 메웠던 것들을 훌훌 털어내고 오랜만에 눈과 귀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치악은 금강소나무와 구룡계곡의 맑은 기운을 머금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행 수첩]

교통 서울강남고속터미널에서 원주고속터미널까지 약 1시간40분 소요. 시외버스는 서울동서울터미널에서 원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1시간30분 소요.

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원주역까지 2시간 소요. 원주에서 41번 버스가 구룡사 종점까지 운행. 약 40분 소요.

자가용 이용 시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구룡사까지 20분 소요.

▲구룡사 템플스테이 문의 및 예약: www.guryongsa.or.kr, (033)732-4800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chiak.knps.or.kr, (033)732-5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