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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외도, 들키면 유죄 ,들키지 않으면 무죄?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7. 12. 21:41

 

 

 

"들키느냐, 들키지 않는냐가 관건이지. 안 그래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

얼굴을 빤히 올려다 봤다. 뭐라고 반론을 제기해야 할 것 같은데 어이가 없어 도무지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부부는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어느 하루 편할 날이 없고 서로가 서로

지긋지긋해한다. 그러면서도 갈라서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체면이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남자에게는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둘, 재혼하여 낳은 자식이 둘

이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릴 수가 없다. 아내 역시 죽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노래 부르면서도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러저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알아차린 다음부터 일상의 모든 것들을 놓아버렸다. 남편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

부인한 것이라 여겨 완전히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와 3년씩이나 바

람을 피우며 자신을 속인 남편과 상대 여자를 용서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이유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의 외도를 합화시키는 뻔뻔함이라고 했다. 그녀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설마, 하는 생각을 했다. 여자가 툭하면 과거를 끄집어 내 사람을 볶아 대니 오기가

나서 그런 말까지 한 게 아닐까, 혼자 추측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우리 부부 도 그

식의 말을 태연하게 했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들키느냐, 들키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외도 사실을 아내에

게 들켰으니 잘못했다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으로 비는 게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

을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어야 한다. 나약한 인간인지라 때로 길을 잘못

수도 있고,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라거

나 '들키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들켜서 죄가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남편으로서 

취해야 할 합당한 처신이 아니다.

 

돈 잘 벌어다 주는 남편을 마다할 여자는 없다. 하지만 돈 잘 벌어다 주는 것만이 남편의 본분은 아니

지 않는가. 그런데도 열심히 돈 벌어 호강시켜 주었으니 바람 좀 피우면 어때, 하는 식의 발상은 언제

고 소중가정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 속이라지만 부부간에 지켜야 할 도리와 예의가 있다. 남편으로서 지켜야 할 신뢰

깨뜨리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면 대오각성할 일이지 자신의 죄를 적당히 합리화시키며 유야

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아내 쪽에서 남편의 죄를 덮어 주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말이지 잘못을 저지른 남편이 해야 할 말은 아니다. 관건은 외도를 들켰느냐, 들키지

느냐가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신의를 지켰느냐 지키지 않았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