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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7. 1. 11. 15:29



SNS 시대,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AhnLab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지금으로부터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책상 서랍 구석진 곳에서 노트로 된 일기장을 꺼내 소소한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곤 했다. 행여나 누가 볼까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이 유행하기도 했다. 즐거웠던 이야기, 슬프거나 화났던 이야기들이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간혹 애인과 헤어지면 일기장을 불태우거나 함께 찍었던 사진을 찢어버리는 것으로 애써 기억을 지우곤 했다. 요즘은 SNS(Social Network Service,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일기장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

 

우리에겐 ‘잊혀질 권리’가 있다

 

SNS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라며 매 순간 속내를 털어놓으라고 유도한다. 많은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일기 쓰듯 주저리주저리 가슴 속 얘기를 꺼내 놓는다. 하지만 그 글로 인해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로부터 악성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직접 만나서, 이른바 ‘현피(인터넷에서 다투다가 실제로 만나 싸우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과거 일기장이 나만 볼 수 있는 폐쇄형이었다면, SNS에 기록한 일기장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형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올린 글은 스스로 삭제할 수 있지만 상대방에 의해, 혹은 제3자에 의해 올려진 글이나 정보, 그리고 회원 탈퇴 후 과거에 올린 기록은 삭제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출생 신고를 하고, 죽었을 때 사망 신고를 하도록 행정 절차가 되어 있다. 사망 신고가 접수되면 여러 기관에 통보되어 고인의 관련 정보를 지우는 절차를 거친다. 은행이나 보험사, 세무서, 경찰서 등은 고인의 재산이나 부채, 범죄 이력 등을 따져 자식들에게 이관하거나 말소 처리를 하게 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처럼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과연 어떨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인터넷에 올려진 자신의 글이나 사진, 영상 같은 정보를 인터넷 사업자에게 삭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개방과 공유라는 SNS의 특성상 한번 올려진 정보는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를 타고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세계로 전파되기도 한다. 잊고 싶은 기억을 죽을 때까지, 혹은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잘못 기억하고 있다면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른바 ‘잊혀질 권리(잊힐 권리, Right to be forgotten)’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사망 선고와 함께 장의사가 고인에 대한 신변 처리를 해주는 것처럼 SNS 세상에도 이러한 역할을 하는 디지털 장의사가 필요한 것이다.

 

 

잊혀질 권리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아직도 인터넷에는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모 연예인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이 떠다니고 있다. 어디 연예인뿐이겠는가.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유출되거나, 미확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둔갑해 유포되는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이 1995년 ‘유럽 개인정보 보호 규정 및 지침’을 통해 ‘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에서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통해 회원 탈퇴나 게시판 사업자의 폐업, 타인의 댓글 등으로 삭제하기 어려웠던 본인의 게시물에 대해 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까지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는 건 힘든 상황이다.

 

‘잊혀질 권리’가 인터넷에 내가 쓴 내 게시물에 대해서 내가 언제든지 삭제를 하고 잊히도록 만드는 것이 첫 번째이고, 남이 쓴 나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고 잊히도록 만드는 것이 두 번째라고 한다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남이 쓴 나에 대한 정보를 잊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삭제 요청을 수용할 경우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검색서비스 업체들의 반발과 함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현재는 절반의 권리만 인정해주고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이상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어렵고 역설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없는 시대, 또는 없어도 되는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쩌면 ‘잊혀질 권리’보다 주커버그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질지도 모른다. 결국 반쪽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언젠가 잊어야 할, 잊고 싶을 가능성이 있는 정보들은 SNS나 인터넷에 가급적 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 보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가입된 사이트 정리하기

한국인터넷진흥원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http://www.eprivacy.go.kr/mainList.do)를 통해 이용하지 않는 사이트에 남아 있는 개인정보 삭제

 

2. 주기적으로 인터넷 검색기록 삭제하기

인터넷에서 내가 보고 듣는 모든 활동 기록 삭제(인터넷 옵션-검색기록 삭제)

 

3. 비밀번호 주기적으로 변경하기

최소한 8자리 이상으로 숫자와 영어, 특수문자를 결합해 6개월에 한 번씩 변경

 

4. 백신을 사용해 정기적으로 검사하기

악성코드를 통해 의도치 않게 유출되는 개인정보 막기

검색 엔진에 검색된 내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방법 및 탈퇴한 인터넷 카페의 내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법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에서 참고할 수 있다.

 

▶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잊혀질 권리를 찾다

 

※ 여기서 잠깐! 잊혀질 권리? 잊힐 권리?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디지털 소멸권)’를 뜻하는 ‘Right to be forgotten’의 올바른 우리말 표기는 ‘잊힐 권리’입니다. 다만 현재 법제화 추진 중인 디지털 소멸권 관련 내용 및 언론 보도 시 ‘잊혀질 권리’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등 좀 더 익숙한 표현이기 때문에 본 콘텐츠를 읽기 쉽게 하기 위하여 ‘잊혀질 권리’로 표기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