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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성 다산바오의 지공산(펌)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6. 7. 13. 20:32



https://brunch.co.kr/@madder/135

길에게 길을 묻다

윈난은 북반구의 여름 하지 때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는 북회귀선이 지나가는 곳으로, 열대와 온대가 공존하는 땅이다.

하지만 윈난의 남쪽을 제외하고는(성도인 쿤밍의 해발고도는 2000미터 가까이 된다.) 고도가 워낙 높아서 기온은 물론이고 습도까지 낮아

기후는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만 이 기후가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윈난에서는 아라비카 커피를 대단위로 키운다고 들었다.

아라비카 커피의 기후대는 영상 25도에서 5도 사이로 대단히 까다로운 식물이다. 고지대에서 자란 커피는 밤과 낮의 많은 기온 차이로 인해

맛이 좋으며 가격 또한 좋다. 그래서 적도를 중심으로 한 위도 25도 내외의 기후가 좋은 지역, 특히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더욱 질이 좋은

커피의 생산이 이루어지는데 이를 커피벨트라고 부른다.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기후대에서 커피가 생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 생산지역은 최근 개발된 윈난과 네팔 정도를 제외하면, 돈벌이를 위하여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식민제국의 침략과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으로 개발된 지역이다. 기호식품으로 돈이 되기 때문에 계속 늘어만 가는 커피 생산지역에, 곡물을 심는다면 세계의 식량난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은 물질(돈)의 농간으로 살아가며,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사람의 특성인지라.....


윈난에 온 지 10여 일이 지나가는데 쿤밍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셔본 것 외에는, 서울에서 가져온 커피로 연명 중,  윈난의 커피가 고프다.  




북반구에서의 6월은 가장 찬란한 계절이지 않나? 세상의 생명들은 긴장감을 버리고 그들만의 계절을 만끽할 때, 하지만 윈난을 간다고 했더니  

윈난에서 우기가 시작되는 6월은 여행하기에 피해가야 할 계절이라고 했다.

우기라지만 7월보다는 낫겠지! 그토록 아름답다던 윈난의 산야는 빛나는 모습은 아닐지라도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4배쯤 된다는 윈난과 성도인 쿤밍은, 다소 거친 느낌이었던 카이펑, 장쩌우, 뤄양 등 중국 본토 대도시의 모습과는 다른 차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매일 미세먼지와 싸우던 서울에서 도망 온 내게 살포시~ 스쳐가는 한라산의 높이와 비슷한 고도인 고원의 공기는

향긋하기까지 하다.



자오퉁시 자오양구 다산바오 가는 길


쿤밍에서 자오퉁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갔지만 자오양의 다산바오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해발 3000미터 이상까지 굽이굽이 올라야 하는 길로, 예측할 수 없는 10미터 앞도 보기 힘든 묵직한 구름 속이었다.

숨도 쉬기 힘든 고산에서 안개가 아닌 구름 속을 하루 종일 달려봤는가, 비가, 아니 구름이 가장 많다는 계절을 알고도 이 곳에 달려온 것이니

그저 즐거워해야만 했다.


다행히 다산바오 근처에 오니 눈앞의 구름이 저만치 비켜 준다.

거의 매일 봐 온 산등성이의 다랭이밭이지만 지겹기는커녕, 보면 볼수록 이제는 다가가고 싶은 내 엄마의 품 속 같이 느껴지는 게 먹먹하다. 



지공산 가는 길에 잠시 보여준 윈난 고산의 전형적인 다랭이 밭


4시가 넘은 늦은 오후지만 마을에 들어오니, 지금 가지 않으면 기회는 오리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듯 구름은 잠시 멈춰 서 있다.

지공산 입구에는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20위엔이라고 한다. 여행 내내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댔던 남정네는 후딱~ 말 위에 올라탄다.

중국은 이래서 좋아~ 히~~ 그러나 다리 하나 건너니 말 타는 요금은 10위엔으로 뚝! ㅎ


해발고도가 높아 빨리 걷지는 못하지만 구름에 싸인 작은 호수를 건너 시원한 녹색의 구릉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 순간 장막이 걷히는 것처럼,

구름바다 사이로 넘실대는 파도처럼 드러나는 능선과, 가늠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풍경이 나타난다. 



마치 스크린이 열리듯이 운해가 나타난다.
감동이란 단에는 이럴 때 쓰는 말, 그냥 숨을 쉴 수 없었다. 고산지대이기도 하지만..


능선 자락엔 6월의 꽃들이 만발해 있다. 아래로는 수직으로 2600미터에 달한다니....


아~! 구름은 무대위의 공연처럼 다채로운 향연을 보여준다.


범접하기에는 꿈같은 풍경의 파노라마 앞에서 천천히 계곡으로 빠져들 듯이 한 걸음 한걸음 옮기지만, 여섯 명의 일행은 서로의 눈만 쳐다보며

깊은 한 숨만 토해낸다. 내 눈으로는 알 수 없는 낭떠러지의 높이가 수직으로 2600미터나 된다고 한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계곡을 감싸면서 위로 솟구치는 구름이 이젠 그만 내려가라고 하는 것인지, 심상치가 않다.


풍경구의 안내서에는 2015년 11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윙슈트 플라잉 장소’로 국제 윙슈트 플라잉 대회가 열린 사진도 있으며,

넓게 펼쳐진 습지와 호수와 기암절벽 등 여러 곳의 뷰가 안내되어 있지만, 그 어느 곳도 이만한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까, 윈난에서 이 곳은

메인중의 메인이었다.

 


이제는 그만 내려가라고 구름이 우리를 몰아 세운다. 내려오는 길, 뒤로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입구에서 나눠 준 안내서의 표지, 겨울의 다산바오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