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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국내외 토픽)

강지원 변호사 대통령 출마 선언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9. 19. 12:01

ㆍ대통령 출마 선언 강지원 변호사

"놀라셨죠? 허허허…."

인터뷰 요청 전화를 걸었을 때 강지원 후보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마치 선생님 몰래 소풍 행사를 꾸미다가 들킨 학생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강지원 변호사의 대통령 출마 선언에 당연히 놀랐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하며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도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두었던 데다,

출마 소식 역시 부인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9월 3일 김황식 총리를 만나 사의를 표명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돈키호테 같은 남편 때문에 일 잘하는 김영란 권익위원장까지 잃게됐다" "사심 없는 강 변호사가 혼탁한 정치판에 투신하는 사즉생의 결단" 등등

반응도 다양했다.

그의 업적이나 존재감에 비해 그의 출마가 주요 언론에서는 조그맣게 취급되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고, 민주당 후보조차 대통령 본선에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왜 그가 출마 선언을 했는지 궁금했다. 청와대 바로 근처인 신교동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다들 바빠 냉수 한 잔 대접해주지 않았지만 강지원 후보를 비롯한 팀원들의 표정은 해맑았다.

강 후보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분명 기적일 테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많은 기적을 이뤄냈다"며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대통령 출마 선언이 갑작스럽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지난 6월에 < 강지원의 꿈 멘토링-세상 어딘가엔 내가 미칠 일이 있다 > 란 책을 냈다.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 행복하다는 내용인데, 그 책에 '정치는 내 적성에 안 맞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로 한 분이 그 책을 읽고 '당신은 정치가 적성에 안 맞을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 대통령은 적성에 맞는다'란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이 내 머리를 쳤다. 그동안 국회의원, 서울시장,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숱한 제안과 유혹을 받았지만 다 거절했고 한치의 후회도 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통령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60여년의 인생과 신념이 타인의 말 한 마디에 그토록 영향을 받는가.

"아니다. 이틀밤을 꼬박 한숨도 못자며, 이불을 끌어안고 펑펑 울면서 고민했다. 난 세속적 욕망이 없고, 빚진 사람도 없어 채무감도 없다.

7년 동안 매니페스토 운동을 하며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바른 정치와 선거를 할 수 있는지 연구를 해왔다. 정치판은 흙탕물이라고 하는데

흙탕물 묻히기 싫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 아닌가란 의문이 들었다.

비겁하게 살지 말고 소명을 다하자는 생각에 대통령 출마 결심을 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고뇌 끝에 내린 결단이다."

아내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동의했나.

"당연히 반대했다.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뛰었다. 아내만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주위사람들이 다들 결사반대했다."

어떻게 설득했나.

"비행청소년의 예를 들었다. 내가 비행청소년이라면 무조건 무얼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만 커진다.

하고 싶을 것을 하게 하면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지적해주면 되지 않는가.

만약 내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초 취지와 달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일탈된 모습을 보이면 그때 야단치고 막아달라.

내가 한국 나이로 64세인데 한국 정치판의 오염된 흙탕물을 제거하고 죽겠다. 이렇게 차분하게 설명하고 각오를 밝히니 수긍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 무척 국민들의 신망이 컸는데 사표까지 내야 했을까.

"개인적으로 아내가 참 고맙다. 지난번 아내가 대법관에 임명되었을 때는 내가 진행하던 방송프로그램을 그만뒀다.

부탁하거나 제안한 것이 아니라 교감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장단점이 다르지만 서로 배우고 교감하고 공감하며

상대를 존중해주려고 한다."

강 후보도 모친상을 당했을 때 주변에 알리지 않고 방송 진행을 하기도 했고, 김 위원장도 해외출장 중 상을 당했을 때 업무를 다 보고

귀국했다. 평소 너무 '깔끔'을 떠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여정이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아니다. 2000년에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 지도층 선언'에 공감해서 동참했다.

그 취지가 참 좋아 우리 부부가 실천했을 뿐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끼는 지인들이 결사반대하는데도 대통령을 하려는 이유가 뭔가.

"매니페스토 정책중심 선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주창된 것은 지난 2006년이었다.

7년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초대 상임대표로서 한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노래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아직도 욕설·흑색비방·돈봉투·편법조직 선거, 그리고 지역감정 선거가 여전하다.

또 자고 일어나면 대선자금 비리, 공천헌금 비리 등 정치권 비리가 연이어 터져나온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절망감,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이 현실이 너무 슬프다. 그래서 현실정치에 직접 몸을 던짐으로써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매니페스토 후보로서

정책중심 선거의 모범을 보이려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흙탕물이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대통령 권한이 세계 최고로 큰 것이 한국 정치 불행의 씨앗이자 흙탕물의 원천이다. 대통령은 당적을 갖고 특정 정당의 제왕이나 두목이 되면 안 된다.

대통령이 당적이 없어야 여야의 죽기살기식 쌈박질이 끝난다. 그러면 국회 예산안도 회기 안에 통과되고 멱살 드잡이도 없어진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당선되면 즉각 탈당해 초당적 국정운영을 하도록 부탁할 것이다."




정책 대통령 선거를 하겠다고 하는데….

"난 출마 선언도 종이 한 장으로, 동영상으로 했다. 조직선거, 컨벤션 선거를 안 할 거다.

그리고 서민체험에 민생탐방한다고 시장에 가서 악수하고 순대 먹는 일도 안 할 거다.

우리 선거캠프에 모인 분들은 극소수다. 조직위원회가 없어 직위도 없다. 유명인사도 없다. 그냥 내 뜻이 좋아 참여한 이들이라 논공행상할 일이 없다.

다른 캠프는 외곽의 수많은 조직들까지 나서서 나중에 장관자리, 공기업 감사까지 다 차지하지 않는가.

우리 선거캠프는 매일 아침에 정책 콘서트를 한다. 어제도 자살예방정책을 위해 '자살예방 비상사태 선포'를 제안했다.

해마다 1개 사단 병력의 국민들이 자살로 사라지는데 어떻게 이리 무대책인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각 당에 인재 추천을 요구해 고루 탕평인사를 하고,

국회의원도 절반으로 줄이고, 국회 세비 역시 월급제가 아니라 국회에 출석한 날, 일한 날만 따져 지급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정당보조금제도도 없애 보조금 타려고 각종 치사한 방법을 일삼는 정당들의 구태를 척결하겠다. 그런 일은 당을 초월한 무소속 대통령만이 가능하다."

들으면 참 통쾌하고 마음에 드는데 문득 허경영씨가 떠오른다.

"물론 너무 이상적이라고 돈키호테라고도 하고, 꿈을 꾸는 소년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소년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 꼭 불가능할까.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바르고 제대로 된 선거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정책을 알리고 투표를 독려할 예정이다."

그런데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에 언론에서 크게 조명을 못받고 있다.

"언론 보도 태도에 불만이 많다. 왜 주가 보도식, 경마식 보도에 집착하나. 주요 종목인 박근혜·안철수·문재인 후보만 다루며 누가 지지율이 앞섰다.

누가 이런 발언을 했다 등등만 보도한다. 왜 그들의 정책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가.

나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하며 정책비교집도 만들도록 했고 유권자에게 보내는 투표우편물에 정책을 요약한 안내문도 넣도록 했다.

그런데 언론부터 너무 선정적으로만 흐른다."

다른 후보에 비해 경쟁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하며 각 당의 정책을 철저하게 공부해 모든 정당 주요 정책의 장단점이 내 머리에 들어 있다.

그런데 각 당이나 후보들의 정책을 보면 실망스럽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나뉜다면서도 차별성이 거의 없고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다.

그나마 실천도 안 한다. 각 후보들이 원로나 전문가에게 과외를 받는다고 하는데 대통령이란 과외공부해서 나오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 그 학생이 아니라 과외선생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경제민주화도 해석이 다른데 난 홍익자본주의를 주장한다.

자본의 속성은 욕망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혼자 잘먹고 잘사는 것은 짐승자본주의다.

미국 월가에서 금융인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경제파탄이 났다.

나 역시 홍익자본주의를 공부하며, 과거에 나 혼자 출세하고 영달을 추구한 게 아닌가 반성과 회개를 했다. 홍익자본주의만 실천해도 세계 모범국가가 된다."

다른 후보를 비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대통령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이뤄져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검증은 그의 말과 주장이 얼마나 체화화된 것인지, 얼마나 정직한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지금 여기(Here & Now)가 중요하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어떤 철학과 역사관과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부시나 오바마도 대학시절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알려졌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과거의 일이 오늘날의 그들의 능력과 상관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행적 중 지금과 연관 있는 일을 따지고 파헤쳐야 한다.

과거 여자나 남자 역시 헤어졌다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성인군자가 아니라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한 사람, 신뢰할 만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다만 과거의 일이 현재 직무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실수라거나,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그건 명백히 문제다.

앞으로 정치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합격, 사법시험 수석합격을 비롯,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성매매방지기획단 단장,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위원장. 장애인을 위한 푸르메재단 대표, 평생봉사를 위한 생애봉사연구소 대표 등 직함도 많다.

방송 진행에 오페라 단장까지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일을 하는가.

"계획을 세워서 한 일이 아니다. 검사가 적성에 안 맞아 적성을 찾다보니 청소년운동을 하게 됐다.

여성 청소년인 성범죄 피해자가 성매매에 관련되어 자연히 여성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성단체와도 인연을 맺었다.

또 청소년의 10%가 장애인이어서 장애인을 위한 재단에도 관여하게 됐다.

방송 제안을 받았을 때도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 방송반 반장을 한 경험이 있었고 정책프로그램의 진행 역시 정치활동이 아니라

정책 공부여서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다 일관된 일이다."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안철수 교수에게도 "정치판에 끼어들지 말라"는 의견이 더 많다.

 김부겸 의원도 안 교수를 만나 "정치를 한다는 것은 걸레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청소년의 수호천사로 불리는 강 변호사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정치를 통해 이미지가 더렵혀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흙탕물이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면 되나.

온몸을 다해 청소를 하고 깨끗하고 모범적 선거 과정을 통해 정치나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내 소명이다."

기적이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다면….

"대통령 자리가 탐나 나선 게 아니다. 욕망과 욕심이 없으니 상처받을 일도 없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해서 모범답안대로 정직하게, 바르게 치른 경험만으로도 계속 매니페스토 운동을 할 수 있는 충

분한 이야깃거리와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히죽히죽 웃으면서 행복하게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

소년처럼 '정답을 쓰면 합격할 거야'라고 믿는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가장 합당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미움을 덜 받는 사람을 선택하는 한국 정치풍토에서 강지원의 무모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보다 평소 만화책을 즐겨 본다는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영부인이 되고는 싶을까….

 흙탕물 청소를 자처하는 강지원 후보 덕분에 조금이라도 우리 정치계가 깨끗해지길 바란다. 물론 내 남편 일이 아니니까 하는 소리다.

<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

<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