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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건강학’

꿈꾸는 구름 나그네 2012. 8. 27. 15:33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에게 듣는 ‘숲의 건강학’

식목일이었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 숲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구길본(54) 원장을 만났다.

 그는 “날씨가 좋으니 걷자”고 했다. 본관 뒤뜰에 이르자 거대한 소나무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다.

수령 120년인 반송(盤松)이었다.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부채를 펼친 듯하다. 구 원장이 반송을 껴안고 쓰다듬는다.

“최근 직업별 평균수명 조사 결과 종교인이 가장 높았죠. 아마 수도원이 대부분 숲에 위치해 그럴 거예요.

숲·나무와 상생하면 건강해집니다.” 숲이 산림자원·소득자원을 넘어 건강 지킴이로 거듭나고 있다.

숲의 이점을 누리려는 등산객이 점차 는다. 지자체는 둘레길을 개발해 시민들을 숲길로 안내한다.

이 같은 숲의 변신에 국립산림과학원이 있다. 산림정책의 타당성을 연구하고 숲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준다.

식목일을 맞아 “요람에서 무덤까지 숲에서 건강을 찾자”며 숲 예찬론을 펴는 구 원장에게 ‘숲의 건강학’을 들었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천식·폐건강에 좋아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숲은 자연 휘트니스센터다. 시간이 허락하면 자주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숲은 ‘자연건강센터’다. 숲의 나무는 항염증·항산화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숲에 들어갔을 때 코를 자극하는 향긋한 냄새가 피톤치드다. 말초혈관과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 건강에 좋다.


 숲에는 음이온도 있다. 특히 물보라가 치는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 많다.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를 이완시킨다. 정서적 안정 시 뇌에서 나오는 알파(α)파도 늘린다.

구 원장은 “세계적인 정상회담을 숲이 있는 곳에서 많이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숲의 소리는 천연 신경안정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계곡물·새소리는 리듬이 있어 뇌 활동을 안정화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줄인다.

 숲에는 산소도 풍부하다. 도시보다 2% 많다. 미세먼지도 최대 수천 배 적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은 황사 미세먼지를 연 2만6000t 흡수한다(국내 기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6%에 이른다.

 

구 원장은 “나뭇잎은 뒷면의 기공을 통해 미세먼지·방사성물질·매연·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숲 유치원 다닌 아이, 사교성·문제해결능력↑

숲은 ‘친환경 의사’다. 국내외에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삼림욕으로 시작한 숲 치유는 독일과 일본에서 대중화됐다. 숲을 거닐고, 명상하고,

 

나무를 껴안으면 우울증·고혈압·아토피 등이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국립산림과학원도 2007년부터 서울백병원·충북대병원과 숲 치유를 연구한다.

 

현재까지 고혈압·우울증 환자의 증상 개선을 확인했다.

 

고혈압 환자는 도시보다 숲에서 거닐 때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유지됐다.

 

평균 수축기 혈압이 128㎜Hg에서 119㎜Hg로 떨어졌다.


 숲은 가벼운 우울증도 개선했다. 23.70이었던 우울증 환자들의 평균 우울증 수치가 숲 치유 4주 후 11.83으로 낮아졌다.

 

병원에서 치료받았을 때는 20.32였다. 항염증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는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아토피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숲 유치원’도 주목받고 있다. 숲에서 수업하고, 노는 숲 유치원은 195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이후 스위스·독일 등으로 확산됐다. 독일에는 1000여 개의 숲 유치원이 있다. 국내에서도 2008년부터 운영 중이다.

 

구 원장은 “공간과 사고의 한계가 없는 숲 유치원에 다닌 아이는 사교성, 문제 해결 능력, 집중력이 높고

 

합리적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산림욕, 매주 3일 이상 30분씩 해야

숲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건강에 좋다. 구 원장은 “그중에서도 녹음이 짙은 봄·여름은 삼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피톤치드 발산량도 가장 많다”고 말했다.


 삼림욕과 숲 치유 효과를 높이려면 몇 가지를 기억하자. 삼림욕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울창한 숲을 찾자.

 

나무의 피톤치드 발산량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에 최고에 이른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 많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함유한 나무는 편백나무다.

 

이어 구상나무· 삼나무·화백나무·전나무 순이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으로 샤워하려면 공기가 잘 통하고 몸에 꼭 끼지 않는 면 소재 옷이 좋다.

 

숲에는 자주 가는 게 좋다. 매주 3일 이상 30분씩 숲을 즐기자. 일주일에 한 번 간다면 두 시간 정도 머문다.


 숲에 발을 들여놨으면 깊이 들어가자.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 적고, 피톤치드 농도는 증가한다.

 

구 원장은 “맘에 드는 나무가 보이면 끌어안고 심호흡을 하면 피톤치드 흡입량이 는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